스티브 잡스의 사업 철학은 'Ding the universe'였다. 문콕을 영어로 'door ding'이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스티브 잡스는 이 세계에서 약간의 '찌그러짐' 같은 것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그의 시도는 기존의 마이크로소프트 중심의 컴퓨터 시장을 '콕'하고 때리게 되었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콕'을 남기며 시대가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조정래, 박경리 등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작가들은 좋은 글, 생각할 만한 글을 통해서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자국을 이 세상에 남겼다. 작가들이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나도 좋은 작품들은 아직도 읽히고 있다. 후대는 그 자국을 보고, 분석하고, 다른 자국들과 비교하고 그런 자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이렇게 글을 통해 남기는 자국은 시대적인 상황과 그의 개인적인 통찰로 인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사물'에 비해서 더 깊은 자국이 되곤 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키보드를 조금씩 두드리다 보니, 0.00001%의 확률이라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긴 했다. 이건 뭐 초심자의 행운도 아니고, 초심자의 근자감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상상만 해도 참 흥분되고 좋은 일이다.
스티브잡스라고 처음부터 이 우주에 'ding'을 만들려는 생각을 했을까. 처음에는 소소하게 시작하다 보니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고 이 가능성을 본 순간 이 세계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시작의 동기는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전시키는 지속적인 힘. 이런 단순한 힘이 행동과 결합되다 보면 세상에 자국을 남기는 사람들을 만들곤 하니까.
스티브 잡스는 put a ding in the 'universe'라고 생각하며 이 세상을 위한 자국을 남겼다. 그런데 나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기에 굳이 'universe'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유일무이한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주체로서 내 삶에 'ding'을 만드는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을 '자국화'하여 앞으로의 내 삶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단순한 노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글쓰기는 내 인생에 자국을 남기기 너무나도 좋은, 아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중요한 것 같다. 나의 생각은 한계가 있고 나의 뇌는 할 일이 너무나도 많고 바쁘기 때문에 글과 저장공간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어려서부터 일기를 쓰라고 하고, 군대에서는 수양록 '소나기(소중한 나의 일기)'를 쓰라고 했었던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금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잘 정리하라고, 그리고 이 정리한 것들을 나중에 이롭게 사용하라고.
사람인지라, 이렇게 기록하다 보면 개인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다른 사람에게 하게 된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 배울만한 점이 많은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그 사람의 또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사람이 그런 이야기와 서사를 통해서 성공하기라도 한다면, 그 신뢰도는 더욱 증가한다. 이게 결국에는 이 세상에 대한 작가의 영향력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다시 혼자가 되면서 쓰기 시작했던 나의 이야기는 참 단순하게 시작했다. 일종의 대나무 숲이었다. 부모님한테도, 친구들한테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나만의 마음속 이야기였다. 얼굴을 아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봤자, 흉만 될 것 같아서 이야기하지 못했던 글이다.
만약 우리 공주가 나중에 이걸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고민도 가끔 하긴 한다. 아직은 먼 미래니까 일단 패쓰.
혼자가 된 후 느끼는 매일매일의 감정, 혼자가 되어 글을 쓰며 느끼는 생각들은 앞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글이다. 이 힘든 시간을 겪어온 이야기, 나중에 비슷한 힘든 일을 만나더라도 또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게 하는 나만의 '자국'이 되고 있다.
그렇다. 이미 나는 내 인생에 '자국'을 브런치에,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기록할 것 같다.
내가 만드는 자국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자국들이 이어지고 이어지다 보면 내 인생의 지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만약 지금보다 더 잘살게 된다면 나의 미래가 일정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Put a ding in 'my life'에서 시작해서
Put a ding in 'your life'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Put a ding in 'our life'가 될지도 모르니까.
계속 쓸 것이다. 그리고 내 흔적이 나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내 주위사람들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주위의 주위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지. 내가 사부작사부작거리며 만들었던 나만의 자국이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될지도 모르니까.
Put a ding in '000'에서 000에 무엇을 만들 것인가.
나처럼 힘들었던 사람들, 그리고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이게 내가 만드는 작은 자국들의 최종 종착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