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미래 : #2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by 밍작가

작년 겨울, 헤어질 결심 후에, 한두 달이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절차는 생각보다 길었다. 그 기간 동안의 애매함이 특히나 힘들었다.


아직은 엮여있는 돈 문제, 매주 보던 아이를 보지 못하는 슬픔, 말은 안 하시지만 아쉬워하시는 부모님의 표정. 이 큰 변화의 과정에서 겪는 통증은 꽤나 컸다.


이 통증은 나를 참 아프게 했었다.

마음속에 가장 컸던 무언가를 잘게 잘게 쪼개어서 마음 어딘가에 있는 서랍 속에 꼭꼭 숨겨야 하는 것이기에, 쪼개는 과정도, 서랍을 여닫는 과정도 참 힘들었다.


이렇게 마음 한 구석을 자르는 것은 꽤나 아팠다. 아픈 환자들이 인생에 대한 희망이 점점 사라지는 것처럼, 나도 인생에 대한 희망을 놓고 살곤 했다. 대충 살았다. 나름 열심히 결혼생활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된 걸 보고, 굳이 열심히 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인생은 불행할 운명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이혼을 당한 것도 아니고, 성격차로 이혼을 하겠다고 먼저 변호사를 찾아간 놈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잘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없었다. 앞날이 어두워만 보였다.


희망이 없는 데에는 외부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혼을 한 사람들은 이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불행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누군가를 보고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가끔씩 네이버 메인에서 뉴스를 보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혼 후 남자와 여자가 힘든 현실적인 이유 5가지'

'남자는 외로움 때문에 힘들고, 여자는 경제력 때문에 힘들다.' 등등


이런 식의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의 기사들은 내 어두운 미래에 비추던 작디작은 별빛조차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행복한 가정과 성공한 인생을 이루는 사람은 많이 보았지만, 이혼을 하고 성공하거나 행복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잘 생각나지가 않았다. 아무리 세대가 바뀌어서 괜찮다고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다.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 나오는 탁재훈, 이상민, 김준호 같은 연예인들도 크게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얼마나 힘들면 저렇게 억지스러운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렇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희망이 없는 삶이 이어지고 있었다.


혹시 책에 답이 있을까 하여 이혼 관련 책들을 많이 찾아보긴 했지만, 평범한 남자사람이 이혼하고 나서 잘 살았다는 성공담은 찾기가 힘들었다.(굳이 이혼 이야기를 책에서까지 보고 싶지 않아서 소극적으로 찾아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이혼 이야기, 이혼 후에 열심히 사는 이야기가 나 같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군가가 극소수라 하더라도, 나로 인해 용기를 얻고 희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아플 때 공감해 주는 것만큼 좋은 희망은 없으니까.'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과거 이야기, 이혼의 현실은 어떻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되고 싶은지..


얼마 안 되지만 소중한 분들이 내 글을 읽어 주셨고, 공감을 해주시기도 했다.

이 글도 그중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나의 운명을 행동으로 바꾸려는 노력, 그리고 이 노력을 통해서 다른 비슷한 사람의 인생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희망을 주고 싶었다.


아직 글 솜씨도 부족하고, 써둔 글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나의 하루하루의 노력이 모여서 힘들어하는 그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장은 어두워 보일 수 있는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촛불이 되어서 따듯함과 밝은 빛을 조금이나마 선사하고 싶다. 그러면 참 보람찰 것 같다.


시꺼먼 숯이 타면서 빛과 온기를 주듯이, 나의 어두운 과거를 활활 태워 그들의 인생에 따듯함을 선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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