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7. 14.(일)
지난주에 공주를 보러 가야 했는데, 전 사람이 몸이 좋지 않다고 다음 주에 오라고 했다. 그래서 꽤나 오랜만에 공주를 보러 갔다.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가니 공주가 더더욱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안 본 새, 공주 키가 꽤나 큰 것 같다. 눈에 띄도록 길어진 느낌이다. 낯설어하지 않고 할아버지 품에도 안겨있는 걸 보니 마음의 키고 꽤나 큰 것 같기도 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앞에서 인형들을 가지고 놀며, 인생에서 가장 귀여운 29개월을 보여준다. 이제는 아쉬움보다 조금 다름을 인정한 할머니, 할아버지도 그런 공주의 애교를 보며 나름의 기쁨을 느끼고 계신다.
최근에 공주도 열이 계속 나고 있다고 한다. 어제도 38~39도를 왔다 갔다 하며 몸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키즈카페에 가지도 못하고 집 안에만 있어야 했다. 하지만 뉘 집 딸인지 아픈 것 치고는 너무나도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밥을 먹지 않으니 문제였다.
"공주 뭐 먹고 싶어?"
"족발!"
"족발? 그럼 아빠가 족발 사줄게"
임신했을 때 자주 시켜 먹던 족발집에서 족발을 배달시킨다. 공주는 자리에 앉더니
"할머니 할아버지도 오세요~"라며 이제 어른을 챙기는 효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9개월이 족발을 좋아하다니,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지난번에도 족발을 먹었었는데 오늘도 역시나 잘 먹는다. 생각보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빨리 열이 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러려니~'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전 사람은 또 전전긍긍이다. 애들이 크면서 아플 수 있는 거라 생각하지만.. 어제 병원을 갔을 때, 입원을 했어야 하는데.. 오늘 병원을 가면 입원을 할 수 있을까.. 등등. 답도 없는 걱정거리와 한숨을 내쉬기 시작한다. 예전 같으면 저 한숨과 걱정에 대응을 하고, 적당히 대응하지 못하고 일을 하러 내려오면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남편이라고 싸울만한 기회였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쩌면 다행인 것일지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살다 보면 우리가 노력해서 되는 게 있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아이가 아픈 것은 후자에 가깝다. 아무리 위생적으로나 건강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아이가 안 아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내가 알기엔 없다. 그렇기에 다양성을 가지고 잘 될 거란 믿음을 가지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어제 먹은 족발이, 어제 나와 보낸 즐거운 시간이 약이 되어 오늘은 열이 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주에 웃으면서 키즈카페를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