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7. 21. (일)
토요일에 공주를 보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갑자기 금요일 오후에 전 사람에게 문자가 왔다. 본인이 토요일에 공주랑 약속이 있는데 깜빡했다고. 별다른 일정은 없었지만, 일요일만 공주를 보러 가기에 올라가기는 부담이 되었다. 토요일 하루를 버릴 것만 같았기에.
게다가, 갑자기 일정을 바꾼데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이란 감정이라도 나에게 표시했으면 조금 생각이 달라졌겠지만 역시나 당당한 그 사람이기에. 그냥 이번 주는 못가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래서 기차표도 취소했다. 그런데 금요일 밤에 카톡이 오기 시작한다. 공주가 책을 보는데 '아빠'이야기를 했었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와야 하는거 아니냐 등.
"원래 가기로 했는데, 내가 공주를 보는 것과, 다른 약속을 가는 것 중에서 당신이 다른 약속을 선택한 거잖아."라고 이야기 하니, 또 연거푸 본인의 입장에서의 악다구니가 온다.
악다구니만 보면 역시나 변하지 않는 그 사람이 싫어서라도 안가는 게 맞지만, 공주를 보고싶은 건 어쩔 수 없기에. 마음 약한 애비는 부랴부랴 기차표를 다시 예매해서 올라갔다.
평소에 오후에 가면 두시쯤 공주를 보러 간다. 하지만, 공주를 보러 가기 20분 전 카톡이 온다.
"공주 잠들었어. 세시반쯤 일어날 것 같으니 그때 와."
참 맥이 빠지는 상황이다. 이러면 집 주변에서 공주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기에 이젠 뭐라고 하지도 않지만, 낮잠을 조금 일찍 깨우는 게 그렇게 큰 일이 날지 모르겠다.
낮잠을 충분히 자는 것 vs 아빠 얼굴을 30분 더 보는 것
이 둘중에 전 사람은 항상 '낮잠을 충분히 자는 것'을 고른다. 그러고서는 공주를 보는 시간이 적다고 나에게는 항상 불만이 많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공주를 데리고 키카에 갔다. 정말 오랜만에 키카에 간 공주는 그 동안 못논 것을 다 노는 것처럼 열심히 놀아댔다. 방방에서도 땀을 쏙 빼도록 뛰고, 소꿉놀이도 참 재미있게 했다. 키즈카페에서 거의 3시간을 논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가성비, 시성비 면에서 모든 것이 베스트였던 키즈카페였던 것 같다.
큰 수박을 들고, "엄마 한입, 아빠 한입, 공주 한입" 하면서 먹는 척을 하는 공주를 보면서 그래도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랑 아빠랑 손 잡을거야~"라고 이야기 하는 공주를 보면서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도 속좁은 애미 애비는 단순한 소통문제로 앙금이 남아 언성을 높이곤 한다.
공주 앞에서 나의 편협함이 부끄러워진다.
그 사람도 그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