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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작가 Aug 16. 2024

공주와 함께 한 첫 워터파크

여름을 맞이하여 전 사람과 공주가 워터파크에 다녀왔었나 보다. 그 처음에 아빠가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게 아쉬워서일까. 공주와 워터파크를 가기로 하였다. 


어렸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 대천 해수욕장에 가서 캠핑을 했던 경험, 그리고 소금을 뿌려가며 조개를 잡았던 경험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초등학교 이후이긴 하고 학교 들어가기 전 경험은 보통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쌓이고 쌓여야 인상적인 기억이 남는 것이기에. 그런 특별한 순간들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스타필드에 있는 워터파크에 오픈런을 하기로 했다. 광복절이라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을 것 같기에. 일찍 일어나서 공주에게로 간다. 집에 가보니 공주는 아직 자고 있다. 공주를 살살 깨운다. 


"공주~ 아빠 왔어~"


여느 때 같으면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찾아대며 "안아줘~"라고 하던 공주지만 어쩐 일로 내 품에 쏙 안긴다. 


"수영장 갈 거야"라고 이야기하면서. 


수영장이 가고 싶기는 한가 보다. 그리고 수영장이라는 기쁨을 통해서 조금씩 내 품에 안기는 모습이 기쁘기도 하다. 그래도 공주의 마음속에 아빠가 점점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 또한 오래간만에 간 실내 워터파크가 낯설다. 공주를 낳기 전까지 5년 정도가 있었지만 둘이 워터파크 한 번 가지 않았으니, 그러고 보면 그동안 뭐 하며 결혼생활을 했었나 싶기도 하다. 그냥 돈 드는 곳이라면 질색하는 바람에 잔잔한 추억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무언가 얻으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듯,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도 (많이는 아니어도) 적당한 투자를 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그 사람이 애한테는 그렇게 손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이중적이기도 하다. 본인과 나에게는 그리 민감한 게 '돈'이었지만 아이의 기쁨을 위해서는 뭐든 하려는 그런 모습. 물론 그게 부모의 희생정신이라고 하지만, 진정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는 모습 아닐까. 


본인이 행복해야 공주도 행복할 텐데... 이제 좀 나아지려나. 싶다. 


오픈런을 했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인지 유수풀에도 슬라이드에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대부분은 공주보다 조금 큰 아이들이 많았다. 낯을 가리고 소리에 민감한 공주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놀지 못하는 것 같다. 자주 칭얼대고 엄마를 찾고 업어달라고 한다. 


그래도 용감하게 미끄럼틀을 타고 또 타는 모습에서 많이 컸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은 조금 찡찡대지만, 집에서 물 받아놓고 목튜브 하던 공주가 수영장에서 튜브를 타고 놀다니. 커가고 있다. 

나도 커가야 한다. 사실 이혼을 하고 나니, 커가는 걸 느끼기도 한다. 그 사람과 함께 했으면 그 잔소리와 육아를 1:1로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불편해서 아무런 성장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그 사람의 불만창구,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미치지 못함에 따른 잔소리의 대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불인정'이 사라지고, '인정'을 해주는 사람들을 찾다 보니 성장하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글도 쓰고, 운동도 하고 대형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좋은 영향도 주고 살고 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더 커야 한다. 공주가 쑥쑥 자라는 만큼. 공주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 마음도 정신도 인생도 더 커야 한다. 흔들리지 말고, 내가 그리는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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