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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지뉴 Apr 21. 2022

로스쿨에서의 실패담

(9) 로스쿨에서 상위 10%로 살아남기 

나의 실패담 - 로스쿨에서는 로스쿨 공부만 열심히 해도 충-분하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미국공인회계사(AICPA)공부를 시작해 둔 상태였다. 한 4-5개월 정도 공부했을 때 로스쿨에 합격하게 됐는데, 나는 미국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에 1년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간 공부해온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1학년 1학기 여름방학 마지막 무렵에 미국공인회계사 시험을 쳐 합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거 따놓으면 취업에 뭐라도 도움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학부에서는 공부는 수업시간에만 했어도 좋은 학점을 받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로스쿨에 입학한 후에도 나는 수업이 끝난 후에는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서초구 서초동까지 왕복 두시간을 달려(지금 생각하면 머리에 총 맞은 짓이다) 미국공인회계사 학원에서 공부를 했고, 시험기간이 아닌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공인회계사 준비에 올인했다. 

 

하지만,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칠 때, 법학공부는 수업시간에 배운 것 만으로는 절대 시험을 칠 수 없다는 걸 너무 뼈저리게 깨달을 정도로 중간고사를 발로 치고 난 후에는 그 성적을 만회하느라 기말고사때까지는 미국공인회계사 시험 준비에는 손도 댈 수 없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8월 말에 치른 미국공인회계사 시험은 두달 정도의 공부양이 비어있었다. 시험을 치러 들어가는 순간까지 나는 주관식 공부에는 손도 못댔고, 나에게 주관식 시험 문제가 진짜 천우신조라고 느껴질만큼 쉽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틀린 채로 나는 우수한 객관식 시험 점수만 자랑하며 무참하게 불합격했다. 딱 정신차리고 한달만 열심히 공부하면 나는 미국회계사 시험에 붙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2학기가 시작해 있었고, 내 1학기 성적은 생전 못보던 알파벳들로 가득했으며, 더 최악인것은 나는 1학년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2학기 선행학습은 하나도 못한채 2학기를 맞은 것이었다. 결국 나는 밤늦게까지 미국공인회계사 공부를 하고, 다시 책을 이고지고 괌에 가서 시험을 치는 이런 일을 더이상은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깔끔히 포기했다. 

 


9월에 미국공인회계사 시험을 포기했다지만, 나는 거의 법학을 처음 공부한 동기들에 비해서도 최소 10개월 이상이 공부에서 뒤져있었다. 그 10개월을 따라잡기 위해 2학기부터는 눈물나게 공부해야만 했다. 그리고 1학년 2학기부터, 조금씩 아주 더디게 나는 성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성적을 완벽히 내가 원하는 정도로 올려놓는데 까지는 실제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걸렸다. 

 

내가 로스쿨에 입학해서, 또는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다른 욕심을 내지 않고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부터 인강을 들어가며 열심히 공부했었다면, 나는 1년을 원치않는 학점과 함께 스르르 흘려버리는 잘못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나중에 점수를 회복했다면, 굳이 1학년 때 학점이 개판인걸 후회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실 수도 있다. 로스쿨에서는 1학년 성적이 꽤 중요하다. 왜냐면, 대개 2학년 1학기, 2학기 여름/겨울 방학 때 대형로펌에서 조기컨펌이 이뤄지는데, 이 때의 판단지표는 오로지 1학년때의 성적과, 2학년 1학기 까지의 성적이기 때문이다 OMG.  그 때는 그걸 몰랐다. 대학을 다닐 때에는 1학년 성적을 가지고 취업을 결정하는게 아니다 보니, 정말 몰랐던 거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로스쿨 준비생이라거나, 로스쿨 1학년 생이 있다면 나는 정말 강력하게 말하고 싶다. 몇 몇 사람들은 아무리 1학년 성적이 나쁘더라도 그 성적이 점차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결국 나중에는 성적이 좋아지게 된다면 취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말들은 '취업'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른바 '대형로펌', '좋은 로펌'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그건 완전 틀린 말이다. 무조건 1학년 성적을 누구보다 잘 받아야 한다. 그리고 1학년 1학기의 성적은 정말로 중요하다. 




나는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 애초에 독자 자체를 로스쿨 지망생, 로스쿨 재학생, 또는 로스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로스쿨에 정말 갈 생각이 있는 지망생, 그리고 로스쿨 재학생 중에서도 로클럭, 검사, 대형로펌, 그리고 정말 상위권을 노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지금 하는 이 조언들을 로스쿨에 다니던 시절의 내가 들었다면 좀 더 다른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내가 무조건 어린 나이에 별다른 사회 경험이 없더라도 충분히 로스쿨에서 성장할 수 있고, 실제로 사회 경험은 로스쿨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고 했더니 다른 변호사님이 자신의 사회 경험은 충분히 로스쿨 이후 사회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적어주신 댓글을 보았다. 물론 내가 개업을 한다거나, 인생을 길게 본다면 충분히 내 사회 경험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글을 정말 로스쿨에서 상위 10% 안에 들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했다. 나에게 누군가 그 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면, 내가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로스쿨에 입학했다면, 물론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입학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더 나은 선택권을 갖기 위해 입학한, 열정과 야망이 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로스쿨에서도 더 나은 선택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1학기 성적이다. 여러분, 로스쿨 입학했다고 들떠 있지 마시고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부터 목숨을 걸고 잘 보시길.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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