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공부하려고 입학하는데, 입학을 위해 공부해야 하다니?
나는 졸업한지 꽤 되었는데도, 당시에도 로스쿨 입학 전 민법스터디, 형법스터디가 있었다.
7기 정도가 로스쿨에 다닐 때 까지는 로스쿨에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법대생, 법학을 전공한 법대생, 법학을 전공했을 뿐 아니라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무작위로 다 같이 입학할 때니, 비법대생으로서는 2차생과 갑자기 같이 공부하는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서울 시내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 학교에는 법학과가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법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아니니,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1학년이 이전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다들 처음 배우는 법학이니만큼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선행학습을 해야 할지 고민되는 건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1) 법학을 대학에서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법학은 굉장히 새롭고 생소한 학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인문학부와 경영대에서 공부를 했는데, 보통 인문학부와 경영대에서는 교과서에 기재된 어떤 개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 보다는 이를 나름의 의미로 해석하고 나의 해석 대로 수려하게 표현할 경우 높은 점수를 준다. 그렇지만 법학은 전혀 반대이다. 법조문을 자기 맘대로 해석해서도 안되고 판례의 판시 내용을 내 맘대로 풀어서 나의 언어로 답안지에 적어서도 안된다.
그러니까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공부는 누가 얼마나 법리를 잘 이해하고, 정확히 유사한 판례를 생각해내고 그대로 사안에 잘 적용할 수 있느냐이기 때문에 법조문을 법원에서 해석하는 대로 해석해야 하고, 판례에서 표현되는 그 표현을 정확히 그대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종류의 답안지는 인문대에서는 70점 짜리의 답안지이다.
이런 판례의 표현, 법령의 해석 방법, 그리고 법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 구조들을 이해하고 나 또한 그 언어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취업 면접에서 '도로'라고 표현해야 할 것을 급한 마음에 '거리'라고 표현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법률용어와 리걸마인드가 얼마나 부족한지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평을 들었다. 여튼 법률가들은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 구조가 다르다. 입학하기 전 그걸 체득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차이를 알고 입학할 필요는 있다. 이 단순한 사용하는 '단어'의 차이가 1학년 1학기에서는 A학점과 B학점을 가른다.
(2) 공부해야 할 양이 정말로 많아서다.
공부해야 할 양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물론 입학하기 전 잠깐 공부한다고 뭘 알게 되려나 싶겠지만, 입학하고 나서 한달 정도가 지나고 중간고사를 치를 때가 되면 뭘 배웠는지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시험공부해야 할 양이 많아지는데, 그 때 선행학습을 해두었다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민법 수업을 조금 들어놓았다면, 헌법을 달달 외울시간이나 형법총론을 이해하는 데 들일 수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한두시간은 더 생긴다는 의미이다.
그래도 선행학습은 선행학습이다.
다 이해하려고 애를 쓰고 노력할 필요 없이, 내가 앞으로 배우게 될 학문이 이런 답답한(?) 학문이구나, 여기에서는 이런 단어를 쓰는구나, 나는 앞으로 이런 표현과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구나, 라는걸 어렴풋이 알려고 노력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