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인 전자음악을 위한 스튜디오 라이브 "Noisoom"
크리티컬 리스닝 커뮤니티에서 제작하는 전자음악 전문 공연 노이즘 (Noisoom) 2024년 8월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아티스트 '박항시'님의 인터뷰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컴퓨터 음악을 하고있는 박항시입니다.
정말 간단한 소개네요 (웃음) 컴퓨터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전자음악의 하위 분야로서 컴퓨터 음악이라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저는 결국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어렴풋한 발상이 있을 때 그것이 구조화 내지 언어화되면서 연산 절차, 즉 알고리즘의 형태를 갖게 됩니다. 컴퓨터라는 단어 자체의 뜻이 '계산자'잖아요? 저는 '계산기가 수행할 수 있고 계산기를 통해서 물질화하는 무엇'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을 '컴퓨터 음악'이라고 간명하게 부르고 있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풀이되고 음악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컴퓨터 음악이군요.
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그 계산되어야 할 단초를 정리하는데 집중합니다. 수학 문제를 구상하고 방정식을 만들어보는 작업과 비슷할 것 같아요. 어떤 결과를 상정하고 실제로 알고리즘을 전개시켰을 때 제가 예상했던 값이 나오면 넘어갈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어떤 요소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라고 생각하다 보면 애초에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 자체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제 작업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가님은 아티스트 이미지로 재미있는 Max/Msp 패치 이미지를 보내주셨어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합스부르크'라는 이름의 이미지인데요, 동일한 것들끼리의 교배를 통해 세계의 다형성이 꾸준히 확보된다는 기쁜 소식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주제가 전반적으로 곡에서 표현되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개별 곡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는 않고요,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을 저는 개념에 육신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개념이 세상에서 제 생애주기를 보낼 수 있도록 그 골조가 되는 절차를 구성하는 작업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하나의 알고리즘이 어떨 때는 녹음을 통해 음원으로, 또 어떨 때는 관객들이 듣게 되는 공연의 형태로 전개됩니다. 비단 음악 뿐 아니라 글의 형태를 빌었을 때는 전개되는 양상이 또 다르겠지요. 다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틈틈이 쓰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체력이 부족해서 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몇 주째 야근을 하는 와중에 머릿속에서 어떤 리듬 구조나 음향에 대한 발상이 불쑥불쑥 떠오르고는 했는데, 20대까지는 이런 생각들을 그냥 털어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운동도 안하고 점점 체력이 부족한 30대가 되고 나니 그런 생각들을 쫓아낼 힘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Max/Msp 패치로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머릿속에 난삽하게 널려있던 퍼즐들이 착착 맞춰지더라고요. '떠오르는 생각들을 내가 잘 정리해서 내보낼 수 있다면 이것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고 참 삶이 간단명료해지는구나'란 경험을 하고 나서는 음악가가 되지 않기를 포기했습니다.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업과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는지요?
저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내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이런 식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앞으로 공연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음원을 작업한다고 하면 평소에 작업하느라 익숙해진 알고리즘들을 적절히 전개하는 일에 가까운데, 공연을 해보니 이전에 작업한 패치들을 열어보았을 때 생각지 못했던 것을 발견할 때가 있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발상을 구조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기도 하고, 전에 불만족스러웠던 요소들을 만족스럽게 해결하기도 합니다.
알고리즘이라고 말씀하셔서 왠지 철저히 정해진 값으로 결과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요, 공연을 통해 표현하실 때는 즉흥적인 요소도 있는건가요?
무작위 신호, 즉 노이즈와 같은 요소들을 활용하기는 하는데요, 이것이 전체 패치에 미치는 영향을 저는 모종의 '현실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의 의도 외의 다른 일을 컴퓨터가 하면 그건 '오작동'이잖아요? 어쿠스틱 음악과 달리 그러한 오작동의 여지가 별로 없는 점이 전자음악의 전통적인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약간의 복잡성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할 때는 매번 비슷한 수준의 연주를 할 수 있게 연습을 하겠죠. 하지만 공연장의 온도나 습도에 따른 기타 줄의 장력과 같이 미세한 변인들까지 연주자 본인이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우연적 요소들을 도입해서 라이브에서의 현실효과, 그리고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평소 작업 외 다른 취미생활은 어떤 것을 하시나요?
저는 설거지를 좋아합니다. 설거짓거리를 우선 용도와 크기 별로 분류하고, 음식이 눌어붙었으면 불려둔다거나 긁어내는 식으로 각각에 맞는 전처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세제로 닦아냅니다. 이렇게 전체 과정을 작게 나눈 후 순서를 정하고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잡생각이 사라집니다.
공연 키워드인 ‘노마디즘’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부탁드릴게요
이 키워드를 들었을 때 떠오른 이미지가 하나 있어요. 노인과 아이가 함께 앉아 종이를 들여다보는 사진인데요, 아이는 이제는 쉰쯤 되었을 세계적인 수학자 테렌스 타오(Terence Tao)이고 노인은 또 다른 전설적인 수학자 폴 에르되시(Paul Erdős)입니다. 나이는 한참 다르지만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나란히 앉아 고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폴 에르되시는 평생 집도 절도 없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학자들의 모임에 나타나고는 했는데요, 그때마다 수학계의 난제들이 해결되거나 그 단초가 마련되곤 했습니다. Noisoom이라는 공연에서 이런 노마드들이 나란히 앉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전자음악 내지 노이즈라는 주제가 있을 때 흔히 말하는 어떤 배경, '내가 뭐하던 사람이야' 같은 벽 없이 그 주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 함께 모여 떠들 수 있는 교차로 삼아 말이지요.
아티스트 박항시의 Noisoom 공연 보러가기 :
https://youtu.be/rIVFYBoI02s?si=oHfzlE6vhbBfF6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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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컬 리스닝 커뮤니티 Critical Listening Community
https://www.instagram.com/clc_noisoom/
강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