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인 전자음악을 위한 스튜디오 라이브 "Noisoom"
크리티컬 리스닝 커뮤니티에서 제작하는 전자음악 전문 공연 노이즘 (Noisoom) 2024년 3월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아티스트 '김수민'님의 인터뷰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수민이라고 하고요,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나 미디어아트 그리고 설치와 같은 미술 전반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들의 충돌을 통해서 새로운 틈을 보여주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Q. 미술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첫 학부 과정을 실용음악과에서 보내며 전자음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미술의 영역으로 점차 발을 넓혀갔습니다. 특히 당시에 전자음악 오픈채팅이 있었는데, 거기서 시작된 MAX/MSP 스터디가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함께 했던 친구들이 음악을 너무 잘했어요 제가 팬이 되어버릴 정도로. 이 친구들만큼은 나는 못하겠는데 싶어서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고도 했지요. 그러다보니 비주얼과 미술 쪽이 더 저에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음악으로 시작한만큼 미디어 작업에 소리와 시각 매체를 함께 사용하는 작업이 물론 많긴 하지만 미술이 중심이 된 만큼 소리가 없는 작업도 꽤 있는 편입니다.
Q. 그럼 그렇게 본격적으로 미술 활동으로 넘어오신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2022년에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본다면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관련한 퍼포먼스 및 전시를 해오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특히 주로 전시 활동이 많았어요. 학교에서의 공부도 융합예술이라는 전공으로 미술에 관련한 공부를 더 하게 되었구요. 첫 개인전을 하기 전에는 군대에 다녀와야 했고요, 너무 나이가 어릴 때라 대외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진 못했습니다.
Q. 아무래도 공연보다는 전시 활동이 더 많으시군요?
그렇지만 주 활동 영역은 아무래도 오디오비주얼 공연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2023년 개인전을 진행할 때에도 전시 오프닝 퍼포먼스로 오디오비주얼 공연을 했었거든요. 특히 작년 한해 매체 연구를 열심히 했던터라 횟수 자체는 비교적 적을 수 있지만 공연 활동에도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Q. 작업을 하실 때는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받고 진행하시나요?
초기에 비주얼로 작업 영역을 옮겨오면서는 다양한 레퍼런스를 수집하는데 집중었는데요, 그렇지만 이제는 전혀 비주얼적이지 않은 것들, 사회 현상이라던가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개념이라던가 하는 주제에 대한 리서치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언어에 기초한다고 보는데요 그렇지만 세상은 언어라기보다는 이미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분명 이미지로 존재하지만 말로는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요소들을 찾아내서 충돌시키고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게 제 작업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작업 자체에 의외성이 있을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의도에 맞는 두 가지 요소를 찾아서 어떤 메시지를 담아 전달한다기 보다는 그 충돌의 결과가 무엇이 나오던간에 이미지의 틈새를 찢었을 때 발견되는 결과물을 관객 각자가 알아보고 또 느낄 수 있게 하는걸 추구하고 있어요.
Q. 말씀을 듣다보니 잠시 생각난건데요, 요즘 여러모로 이슈인 AI 기술에 대해 의견을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AI에 대해 최근 진행했던 리서치 중 “제너레이팅의 빈 공간”이라는 글이 있었어요. AI는 이제 우리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감각인데, 이것을 통해 우리가 인식할 수 있게되는 현실의 범위는 어떻게 탐구해야 할까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세종대왕 아이패드 사건’과 같은 AI 할루시네이션 사례를 보면 AI의 제너레이팅 능력은 대량의 정보를 기반으로 출력되는거지만 이렇게 엉뚱한 결과를 내보이기도 하거든요. 분명히 세상에 있는 정보들을 가지고 출력하는건데 세상에 실제하지 않는 내용을 보여주는거죠. 이런 것들이 AI에서 나타나는 ‘빈 공간’일 수 있고 이러한 부분에서 AI가 만들어내는 정보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AI 할루시네이션은 ‘오류’ 그러니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은 AI가 생성하는 정보나 이미지 속에 내재된 의미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들입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나 정보가 현실과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해석의 차이가 우리의 인식이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요. 이 ‘빈 공간’이 어떤 특정한 권력 구조에 의해 조작될 수도 있다면 편향성을 가진 AI가 등장하게 될 수도 있고 그 생성 결과물의 대중 영향력 역시 의도될 수도 있는거죠.
한편으로 저는 이 ‘빈 공간’이 한계이면서 동시에 가능성이라고 보는데요, 일반적으로 이런 오류들은 틀린 것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기존에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제시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앞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미지 영역의 요소들을 충돌시킨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빈 공간’역시 그런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Q. 작가님 스타일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음악에 있어서는 니콜라스 자르(Nicolas Jaar)의 노이즈 음악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또 사카모토 류이치를 좋아해서 음악 전공생일 때 필름 스코어링을 열심히 공부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시각예술에서는 미술 분야와 비주얼적 영감을 조금 나눠서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미술에서는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의 작업 방식이 제가 생각하는 미학적 방향에 가장 가까운 분이라고 생각하고요 비주얼에 있어서는 고휘 작가님을 정말 좋아합니다.
Q. 지금까지 하셨던 작업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으신가요?
이번 Noisoom 공연에서 소개할 두 개의 곡 중 하나가 사실 이전에 서울 옥션에서 퍼포먼스 했던 것인데요, 당시 컴퓨터 오류가 발생해서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던터라 이번 기회에 다시 좋은 환경에서 재연하는 데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깊은 작업이기도 해서요. 또 다른 것은 가장 최근 개인전 ‘음악으로 건축하기’에서의 작업인데요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작업 과정이 참 고생스럽기도 했고요, 물론 고생해서만은 아니고 그 작업이 저에게 있어 오디오비주얼 매체의 실험이기도 했고 담론에 대한 실험들이기도 해서 나름의 연구 성과가 되었다는 기분으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Q. 오디오비주얼이라는 것이 사실 단일 장르인 것 같아도 상당히 다양한 표현방식이 있는데요, 이번 공연에서와 같은 퍼포먼스 형식을 취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오디오비주얼에서 보통 가장 많이 떠올리시는 것이 ‘사운드의 시각화’인데요 사실 저는 이 개념을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사운드에 반응하는 비주얼을 리얼타임의 늪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시간성의 의미가 있는건데 이를 위해서 오히려 저는 비주얼의 악기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재생되는 비주얼을 통해서 즉흥 연주가 진행되는 식이죠. 말씀드렸던 개인전의 오프닝 퍼포먼스에서 이런 시도를 했습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표현 형태에 있어서는 저도 연주와 프로젝션 비주얼이라는 꽤 일반적인 구성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한계점을 느끼면서도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고있는 이유는 과연 이러한 포맷을 유지한 상태로 그 안에서 또 어떻게 변화와 해방을 도모할 수 있는가 하는 연구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Q. Noisoom의 2024년 주제인 ‘노마디즘’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삶의 방식의 차원에서 현대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에는 정말 많은 동기부여나 소위 성공 포르노들의 많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괴롭히면서까지 어떤 결과를 얻으려고 하고요. 그런데 사실 중요한 건 그 과정이에요. 결과가 어떻든,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디지털 시대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이미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인사이트와 지식이 넘쳐나는데 이런 세상에서 노마디즘의 철학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좀 더 넓은 시각을 제공해 준다고 봅니다. 결국 내가 추구하는 건,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과정’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것. 그리고 그걸 통해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Q.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원래는 제가 미술관 베이스의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당장은 상업적인 작업들에 더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생활 기반도 필요하고 또 이 환경에서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작업이 있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Noisoom 공연을 하게되는 3월 말 정도면 런칭이 될 것 같은데요, 터치 디자이너 튜토리얼이라던가 이런 지식정보 관련 부분으로 제작을 해보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물론 미술관 쪽의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앞서 쭉 말씀드린 틈이라던가 빈 공간, 상업적 작업에서 별로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제가 리서치하고 구상하는 부분들을 자유롭게 표현해서 발표하는 작업을 많이 하고싶네요.
아티스트 김수민의 Noisoom 공연 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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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컬 리스닝 커뮤니티 Critical Listening Community
https://www.instagram.com/clc_noisoom/
강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