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어떤 양형 이유⌟, 박주영

by mingle

여름휴가로 대구를 방문했다. 김광석 거리 주변에 위치한 bookseller라는 책방에 들렀다. 책방을 자주 찾아가지는 않지만 여행지에서의 책방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어 찾게 되었다. 책방은 헌책과 골동품으로 가득 차있었고 카페도 운영하고 계셨다. 책 사이사이 사장님께서 가꾸어놓은 코너가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커피를 시키려는데 ⌜어떤 양형 이유⌟가 눈에 띄었다. 사장님께서는 책방에 자주 오시는 분께서 판사이신데, 그분께서 쓰신 책이라며 본인의 감상평이 담긴 편지도 있다고 추천해 주셨다. 잠시 열어본 책 내용은 바로 날 잡아끌었다. 일단 죄와 법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생소하고 신기했던 것 같다. 어떤 범죄와 그에 대한 판사 작가의 견해가 담겨있는 그 책을 바로 사겠다고 했다.


이 책에는 가정폭력, 성범죄, 사기, 촉법소년, 이혼 등 본인이 맡았던 사건의 판결문에 담지 못한 감정과 생각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단순히 그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배경, 전례, 향후 파급력, 사람으로서의 감정적인 고민이 있다. 재판의 결과만을 미디어에서 접하는 나 같은 일반인으로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왜 죄를 짓고 왜 판결을 할까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미디어로 접했을 때 '나쁜 놈'이라고 욕만 해댔다.


법이 없다면 이 세상의 질서는 무너진다. 그래서 모든 법적인 사건들은 판결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각자마다 상황이 전부 다르다. 주체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시대가 다르다. 그래서 단순히 과거 판결에만 의존하는 기계적인 판결을 하면 안 될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나 역시도 결국 판결은 인간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아야겠다.





사진 출처 : 박주영 판사 “법정에 선 이들에게 서사를 부여한 이유”, 2021. 11.29, 성소영, 채널예스, https://m.ch.yes24.com/Article/Details/4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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