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쏘이면서 허송세월을 할 때

「허송세월」, 김훈

by mingle

내가 쓴 서명 목록에서는 김훈 작가의 책을 여러 권 볼 수 있다. 그만큼 나는 김훈 작가를 좋아한다. 작가의 글을 읽을 때, 나는 김훈의 눈을 가지게 된다. 그가 어떤 걸 바라보고, 어디에 집중하는지 눈에 그려진다. 또한 그것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삶에 대한 통찰을 얻는지 목도한다. 나도 이런 관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도 생긴다.


특히 그의 연륜에서 오는 노련한 생각들은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삶을 한 땀 한 땀 생각으로 가득 채워 살아왔다는 것이 느껴질 만큼이다. 예를 들면, 책에는 주변인의 죽음에 대해 사유한 내용이 있다. 결국엔 죽어 한 줌의 뼛가루가 되기 때문에 삶을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한다. 김훈 작가의 나이와 경험, 관찰력이 아니면 사유할 수 없는 삶의 통찰이다. 이런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문장은 단연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쏘이면서 허송세월 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이다. 김훈 작가가 '혀가 빠지게 일했던 삶'도 '허송세월하는 지금'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나도 김훈 작가의 나이가 되면 그렇게 느낄까 생각해 본다.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가끔은 나도 햇볕을 쏘이면서 허송세월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김훈 작가가 이야기하는 '허송세월'은 삶을 낭비하는 느낌이 아니고 삶을 충전한다는 기분을 들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사진 출처 : 더 중앙, “[김훈 특별기고] 내 새끼 지상주의의 파탄, 공교육과 그가 죽었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2441,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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