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절창⌟, 구병모

by mingle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라는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상처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어떤 상대와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을 생각을 해보면 서로의 비밀 또는 약점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그런 비밀이나 약점은 어디에서 오는가. 지금까지 마음 한 켠에 쌓여있는 상처임이 분명하다. 그 상처를 서로 어루만지며 아프지 않기를 바랄 때 비로소 어떤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게 흔히 말하는 사랑이 아닐까.

또한,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필연적이다. 우리는 각자의 삶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긋남이 발생하고 그 어긋남은 때로는 날카로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상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서로에게 달려있다. 누군가는 외면하고, 누군가는 회피하고, 또 어떤 누군가는 어루만진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게 각자의 사연이며 자신의 마땅한 근거를 갖지 않은 사람 하나 없다.
한 명의 사람을 한 권의 책 대하듯 다각도로 읽어야 인생이라는 이름의 위기를 그나마 덜 고통스럽게 감당할 수 있을 거란다.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 그렇게 개별 상황이 아닌 자신의 상식으로 묻습니다.

상처를 마음껏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꽁꽁 숨기고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는 이도 있다. 누구나 그럴 수 있고 한 개인이 두 가지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억지로 그것을 알려고 하거나 자신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절창⌟에는 특히,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장들이 있다.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으로만 사람을 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진정한 관심과 사랑은 내 관점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무언가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말하자면 책을 읽고 반드시 무언가를 느껴야만 하는 것인지 인간은 바로 그 지점부터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고정관념과 강박의 소산 아닐까요.
책을 읽었다 하여 훌륭한 인간이 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때로는 뱀의 몸통을 손으로 붙잡는 식으로 책을 이상하게 읽고서 오히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인간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보통은 책을 읽고 난 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일어나기 쉬운 일입니다. 무용하면 무용한 대로 다만 이어가는 것, 그것이 읽기 아닐까요.
각자 자기 몫이 있어. 작을 수도 클 수도 있고, 작다고 해서 작게만 살아가란 법도 없고, 전혀 없다고 해서 없이 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고.... 서두를 필요도 성과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는 건 큰 혜택이자 축복이야
내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수학적 시간이 아닌 나의 조바심이다.


서두르고 조바심을 내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과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에 대해 조금은 내려놓아보는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다. 강박과 집착, 조급함은 언제나 내 욕심이 근원이었다. 어설프게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억지로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책을 읽었다. 운동을 하면 바로 살이 빠지기를 원했고 즉각적으로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욕심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자.



사진 출처 : 임지영, "강남의 아이들, 방주의 아이들", 시사IN, 2012.02.25,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