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이 살짝 찢어진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뭔가가 묻었겠거니 싶었다. 떼어내려 했으나 상처가 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취업을 하고 처음 산 가방이었다. 며칠을 고민하며 내 소비 기준을 감안했을 때 꽤 비싼 돈으로 샀다. 무언가를 쉽게 사지 못하는 것도 내 특성이다.
지금은 핸드폰을 바꿨지만, 이전에 쓰던 핸드폰들은 액정이 두 번 이상 깨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도 떨어뜨렸다. 내 작은 손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큰 핸드폰을 사용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와는 맞지 않은 욕심이었다.
액정은 시계에도 있었다. 그날은 왜 그렇게 술을 마셔댔는지, 비틀거리다가 울퉁불퉁한 벽에 긁어버렸다. 넘어지는 대신 시계를 갈음했다. 술을 마신 많은 날들중 시계만 나에게 상처를 받았으랴.
안경을 쓰고 잠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안경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평이 되어버렸다. 뒤틀려버린 테를 썼을 땐 눈이 아팠다. 양쪽이 맞아야 하는 것들에게 있어서 한쪽이 무너지게 되면 슬프고 아프다.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은 왜 항상 상처가 날까. 나는 왜 상처를 주고 나서 후회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