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에 대한 믿음
나는 내 년차에 비해 후배들이 많다. 중간에 있던 선배들이 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다른 팀으로 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잘해서, 그들에게 좋은 기회여서 너무나 축하할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기분이었다. 누군가가 그랬었다. 삶은 비를 피하는 게 아니라 비 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하지만 비를 맞기 전까지는 두려운 법이다. 지금은 비를 맞으면서 내가 후배들에게 우산이 되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한 달간의 해외출장은 막막했다. 같은 업무를 하면서 나만 바라보는 후배를, 나를 믿고 일을 하는 선배를 두고 긴 시간을 떠난다는 게 영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그래서 한 달 반 이상으로 예정되어 있던 출장기간을 팀장님께서 한 달로 줄이셨다. 팀장님도 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셨을 것이다. 마감 업무를 끝내고 미국 출장을 다녀와서 바로 다시 마감 업무를 하도록 일정을 잡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아쉬웠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했다. 마음이 편해야 더 잘 다녀오겠거니 하면서 아쉬움을 떨쳐냈다.
미국 출장 때뿐만 아니라 가끔 연차, 교육, 다른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첫 번째는 나 없을 때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 두 번째는 에이 무슨 일이 터지겠어? 하는 마음이고, 세 번째는 무슨 일이 터져도 선후배를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자리를 비울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들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 아마 그런 존재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자리를 매일 지킬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있는 동안은 자신의 일에 충실히 임하고 비울 때는 선후배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비울 때는 기꺼이 내가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모아 어떤 기능을 할 때, "팀"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