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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Nov 03. 2024

영어, 널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내뱉는 게 답이다

 미국 출장이 결정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영어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나는 외고 출신이다. 외고를 나왔다고 하면 영어를 당연히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신으로 외고를 진학했을 뿐 제도권 교육인 수능영어와 토익 점수만을 위해 공부하는 기계였다. 그래서 스피킹과 회화는 두고두고 자신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원어민 선생님 수업에도 해외파 친구들의 발음과 유창함에 기죽어 입을 열지 못했던 학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학교를 다닐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내 삶에서 스피킹이나 영어회화 없이 시간이 지금까지 흘렀다.

 

 미국 출장이 결정되고 출발하기까지 3주 남짓한 기간이 남아있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영어회화를 알아보고 등록했다. 역시 사람은 상황이 닥쳐야 움직인다. 퇴근 시간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 선택과 공간이 자유로운 화상 영어회화를 두 개나 신청했고 매일 할 수 있게 수강신청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급하긴 급했나 보다. 첫 번째는 한 시간, 주 5회로 진행했고, 두 번째는 어플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화상 영어회화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처음에는 정말 떨렸다. 한 시간 동안 내가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가득했다. 영어 말하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모국어인 한국어도 가끔 안 떠올라서 더듬거나 얼버무릴 때가 있는데, 영어는 오죽하겠나 생각했던 것 같다.  


 초반에는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버버 하기도 하고 머릿속이 하얘져서 말을 못 하는 공백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멋대로 내뱉기도 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영어는 계단식으로 실력이 상승한다고 말했던 걸 기억한다.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매일매일은 비슷한 것 같지만 점점 자신감도 붙었고, 이게 대화가 되는구나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말하는 패턴이 몇 가지 생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문이 조금씩 트였다. 3주 동안 거의 매일 영어를 내뱉었다.  


  그 결과, 영어회화를 시작하기 전에 비해 잘하게 된 건 절대 아니었지만 익숙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에 굉장히 만족하면서 미국 출장을 떠났다. 미국에서 실제로 미국인과 영어로 대화했을 때, 어떤 면에서는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고 어떤 면에서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많이 부족한 부분은 자신감과 절대적인 영어회화 능력이었고, 별거 아닌 부분은 어떻게든 통한다는 것이었다. "바디랭귀지가 있잖아" 라며 영어에 대해서 걱정 말라는 사람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심도 깊은 대화를 위해서는 절대적인 영어회화 능력이 필요하고 그 다음에 자신감이 붙으면 그때부터는 더 잘 통한다고 느꼈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은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는 상태고, 누구를 만나든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반대로, 절대적인 영어회화 실력을 더 높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는 외국인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다른 문화를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는 방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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