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특유의 '도장깨기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이제 갈 사람은 얼추 다 가지 않았어?'
'30대에 긴 연애는 시간낭비야. 결혼 생각 없으면 너무 비효율 아냐?'
'여자는 30대 넘으면 주가가 폭락해.'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최근 일상 속에서 주변의 '여자'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물론 그들도 누군가를 콕 집어, 겨냥해서 하는 말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남자도 아닌 '여자'가 여자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정도 수준이라는 것, 놀랍지 않은가?
요 몇년 사이 우후죽순 생겨난 짝짓기 프로그램들은 남녀간의 사랑과 결혼이 가지는 의미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남자의 직업(+재산), 여자의 외모(+나이)는 마치 한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듯 주식거래창의 '호가'가 되며, 등가교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인 남녀는 서로가 서로를 곁눈질하며 재는 일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노력해서 살아온만큼 나에게 걸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그 욕망의 밑바닥엔 '내가 감내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은 상실된채 오직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허영만이 남아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나는 때때로 염증을 느끼며, 역설적으로 '사랑의 가치를 지켜내는' 결혼이라는 이상향을 추구하게 되었다.
모든 커플들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서로의 죄와 허물을 끌어안고서라도 함께 하고싶은 것이 결혼인 것이다.
(나도 아직 해보진 않아서 모르지만, 그 정도의 믿음이 없다면 결혼을 결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결혼은 남은 일평생을 윤택하게 하지만, 좋지 못한 결혼은 결혼하지 않은 삶보다 불행에 닿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렇게 중대사인 결혼에 대해 사람들은 때론 너무나 쉽게, 또는 가볍게 이야기하곤 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30대'에게 이러한 태도는 사회적 압박이자 폭력이 된다.
평범한 여자 사람의 결혼, 그것에 우리는 왜 이렇게 간섭하지 못해 난리 부르스인 것일까?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젊은 시절 학업과 취업 등 끝나지 않는 과업 앞에 레이스를 경주하듯 '도장깨기' 해왔다.
하지만 인생은 결국 각자의 여정이며,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방향에 따라 자신의 삶을 온전히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타인이며, 상대방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 작고 심플한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한 타인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한걸음씩만 뒤로 물러나 각자 숨 쉴 틈을 허락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