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에 대처하는 마음가짐
차보지도 못한 까르띠에 시계가 날아가버렸다.
고작 몇달 새, 내 계좌에서.
이럴거였으면 차라리, 진짜 시계를 샀으면 억울하지도 않았지! 싶은 순간들이 찾아오곤 한다.
나름대로 종목을 분산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미국 시장과 기술주 중심의 선호도가 반영된 나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죽을 쑤고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저 현재를 살아가며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할 뿐이다.
요즘같은 때면 차보지도 못한 까르띠에 시계가 녹아내리는 마음이 들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자 원칙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현실 속에서, 변동성의 파도를 견딜 수 있는 나만의 멘탈 관리법을 되새겨본다.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당신은 시장에 대해서 기본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가 경제를 얼마나 믿을 것인가,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있는가, 투자한다면 기대 수익이 얼마나 되는가, 단기로 투자할 것인가 장기로 투자할 것인가, 주가가 예상 밖으로 갑자기 폭락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을 미리 결정해 두어야 한다. 미리 목표를 정하고 태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확신이 없이 우유부단한 상태로 있을 때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면, 모든 희망과 이성을 내던지고 손실을 본 채 주식을 매도하여, 시장에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중에서
결국, 내가 주식 투자로 시장에 남아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나자신이다.
시장이 좋건 나쁘건 현재의 수익률이 나의 투자 성과를 대변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현시점에서 수익을 실현할 목적이 아닌, 은퇴 시점까지 좋은 기업들의 주식을 꾸준히 모아 먼훗날 금융자산의 혜택을 누리고자 함이다.
하락장 속에서 손실을 본 채 매도하지 않고, 시간의 힘에 기대어 변동성을 버티는 것 또한 투자 그릇을 키워주는 일종의 훈련 단계라고 믿는다.
또한 투자의 세계로 들어오면 꾸준한 공부와 실전은 필수이다.
공부는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며, '내가 왜 이 자산과 기업에 투자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연습하고 실전에 투자하는 경험을 지속해야한다.
코인으로 벼락 부자가 되었다거나, 부모에게 수십억대 아파트를 증여 받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 주변에도 집안이 원래 부유하거나, 근로소득보다 투자소득으로 더 큰 돈을 벌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부'를 축적하는 것에는 운이 많이 따르며, '부'라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작용하는 법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자원은 무엇일까? 바로 '시간'이다.
30대의 초반기를 살아가는 지금, 크게 이룬 것이 없다고 할지라도 향후 나의 인생에 많은 시간들이 있으므로 나자신에 대한 투자를 성실하게 해나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투자에 조급함은 독이 된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고, 경기 전망에 일희일비 하는 것은 나의 일상생활까지 좀먹게 되기 쉽다.
시장 상황이 요동칠 때 fluctuation에 내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것들에 노력을 쏟는 것이다.
개인의 커리어를 어떻게 계발해 나갈지에 집중하며, 인생의 좋은 경험들을 쌓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타인의 성장을 돕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성향이 강한 나는 모교(고교/대학)에서 진행하는 진로 멘토링 세션에 참가한 적이 여러번 있다.
최근에는 MBA 동문회 커리어 멘토로 활동하며, 외국인 졸업생 후배의 커리어 관련 멘토링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기업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이런 경험을 살려 남을 돕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비전이 생겼다.
내가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차근차근 발견해 나갈 때 투자에 대한 마음도 여유가 생기기 마련이며, 인생의 큰 그림을 먼저 그려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피터 린치도 주식을 투자하기 전에 집에 먼저 투자하라고 했다.
또한, 재테크에 대한 공부와 관심만큼 저축하며 절약하는 검소한 습관이 중요하다.
평범한 30대의 삶 속에서도 간단한 방법으로 절약을 실천할 수 있다.
명품이나 사치재 소비를 끊고, 개인 소비패턴에 따라 할인/환급률을 고려한 체크카드를 활용하며, 고정비 지출(통신요금제 변경하기, 교통비 환급카드 활용하기 등)을 줄여보는 것이다.
더이상 쓰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줄여나가고, 꼭 필요한 경우 중고거래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적으면 돈은 모인다.
탕진하는 삶보다 절제하는 삶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다.
시중은행 금리가 2%대를 넘어, 1%대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2%대 금리로만 계산하더라도, 연봉이 6천이라 가정하면 대략 30억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아프면, 내가 가진 월급도 무용지물이 된다.
심신의 건강을 잘 돌보며, 나 자신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확실한 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투자의 길은 외롭다.
모든 이의 인생이 완벽할 수 없고, 투자 또한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자문하고 대답하는 과정들을 통해, 잠시 쉬었던 투자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현재가 아닌 향후 20~30년간의 삶을 바라보며 길게 투자하자.
내가 가진 시간과 가능성의 힘을 믿으며, 나만의 '풍요'를 가꾸어나가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