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해외여행 (1) | 한국-대만
나의 첫 번째 해외여행은 스물두 살 때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많은 여행 블로그를 찾아다니며 혼자 떠나는 유럽여행을 꿈꿨지만 막상 출국 전 날 밤이 되자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첫 해외여행인 만큼 이것저것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모두 캐리어에 넣었는데, 캐리어가 너무 작았는지 들어가야 할 짐이 아직 쌓여 있었다. 캐리어에 가득 넣은 짐을 빼서 진짜 필요한 물건인지 다시 고민하며 짐을 싸다 보니 벌써 밤 12시가 넘었다. 여행은 시작도 안 했는데 피로가 쏟아졌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오랜 꿈이 현실이 된다는 설렘과 처음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에서 오는 두려움. '나...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겠지?'
눈은 감았는데 잠을 잔 건지는 모르게 눈이 말똥말똥하면서 피곤했다. 부모님께서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주셨는데 걱정이 가득하신 느낌이라 괜히 더 씩씩한 척했다.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참았다. 여행이 재밌을 것 같은데 그냥 무서웠다. '여기서 안 간다고 하면 안 되겠지? 근데 너무 신기하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안전하게 돌아오겠다며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첫 해외여행이지만 이제는 나 자신밖에 믿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괜히 나름대로 능숙한 척을 하며 출국 수속을 마쳤다. 공항도 신기하고 큰 비행기도 신기했다. 특별히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활주로에 가득한 비행기들을 보며 안전하게 여행을 하고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했다.
'역시 비행기는 창가석이지!'라고 생각하며 창밖 풍경을 마음껏 즐기며 영화도 보고 게임도 했다. 기내식도 맛있게 먹었다. 어제의 두려움은 벌써 사라지고 비행기가 너무 편해졌다. 이대로라면 세계 여행도 바로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천에서 출발해 대만에서 1시간 트랜짓(Transit) 후 홍콩에서 레이오버하여 런던에 도착하는 항공편이라 첫 번째 도착지는 대만이었다. 출발 전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 대만에서는 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기내의 모든 사람들이 내리고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내려야 하나 가만히 있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혹시라도 비행기를 다시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에 그냥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런데 승무원이 나를 보고 다가와 내렸다가 다시 타라고 말해 멋쩍은 웃음과 함께 짐을 들고 내렸다.
여름의 대만은 비행기에서 내렸을 뿐인데도 그 열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면세점에서 육포 같은 것을 팔고 있길래 온 세상이 궁금했던 나는 더 구경을 하려다가 혹시나 비행기를 놓칠까 봐 다시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다들 어디를 그렇게 떠나는 것일까?' 친구나 가족과 함께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아주 조금 외로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여행이므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찮아,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