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D Apr 20. 2023

떡볶이는 정말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나는 분식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떡볶이를 빼놓고 학창 시절을 논할 수 없다. 다니던 중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에 떡볶이 집이 있어서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떡볶이를 사 먹었다. 그 떡볶이 집에는 특제 메뉴가 있었는데 바로 맛감자와 떡볶이 소스를 버무려서 컵에 담아주는 것! 매콤한 떡볶이 소스와 바삭한 맛감자의 조화가 꿀맛이었다.




떡볶이를 엄청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학원가 떡볶이집들도 자주 방문했다. 가게 이름이 아주 독특했던 억떡볶이에서는 컵라면 용기처럼 넓은 용기에 담아주는 튀김 범벅이 인기 메뉴였다. 그리고 그 옆 골목에서는 아주 매운 컵떡볶이를 팔아서 매운 걸 좋아하는 친구가 자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찾아보니 억떡볶이 아직도 있구나. 반가워라. 최애 라볶이집인 디델리도 빠뜨릴 수 없지.








네이버 블로그 - Arona





그때의 내 세계에서는 친구들이 전부였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 그게 항상 우선이었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게 너무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일 아닌데 그땐 뭐 그렇게 심각했는지 똑같은 주제로 며칠을 이야기했었다. 또 뭐 그리 재미있었는지 깔깔깔, 까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던 순간들도 많았다. 서로 고민 상담도 해주고 또 웃긴 일들을 공유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대학생 때 만난 친구들과도 떡볶이집에 자주 갔다. 당시 우리가 자주 가던 즉석떡볶이집은 고등학교 앞에 있는 가게였는데 떡볶이를 다 먹고 밥을 볶아먹는 게 메인메뉴였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맛있었다.





자타공인 맵찔이인 나지만 떡볶이가 너무너무 좋다. 매콤 달콤한 맛도 좋고 쫄깃쫄깃 떡의 식감도 마음에 든다. 떡볶이 양념은 마치 마법 같아서 어떤 재료를 넣어도 다 맛있어진다. 튀김도 순대도 떡볶이와 함께라면 더더더 매력적인 음식이 된다. 또 다양한 떡볶이의 종류 역시 떡볶이가 사랑받는 이유다. 즉석 떡볶이, 로제 떡볶이, 포장마차 떡볶이 등등. 라면, 우동, 쫄면 사리도 전부 잘 어울리는 블랙홀 같은 음식.




아직까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는 어디서 만나서 무엇을 먹어도 그 시절 떡볶이집에서 우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쿵짝이 잘 맞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우리로. 여전히 우리만 공감할 수 있는 추억 이야기도 하고 유머코드도 너무 잘 맞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이야기한다.



       학원 쉬는 시간에 쫓기면서 분식집 앞에 서서 컵떡볶이를 먹던 우리는, 공강시간에 후다닥 나가서 즉석떡볶이를 먹고 돌아왔던 우리는, 시간이 흘러 어느새 직장인이 되었다.



즉석떡볶이 또 먹고 싶다



나는 떡볶이도 좋아하지만 실은 친구와 함께 먹는 떡볶이를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해 먹어도 친구들하고 먹을 때의 그 맛이 안 난다. 떡볶이 맛의 비결 중 8할은 친구들이다. 세월이 가도 여전한 우리를 위해 이번 달에 만나면 떡볶이집을 가자고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냉장고를 열 때마다 (ft.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