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나는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어서 지금의 직업을 선택했다. 이것저것, 두루두루 하기는 하는데 남들보다 월등하게 잘 하는 것은 없었다.
모든 일에 재능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재능이 꼭 필요한 일들이 있다. 타고나는 것들. 아무리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도 재능을 이길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주로 예술적인 분야가 그에 해당한다.
나는 글쓰기도 발레도 배웠고 미술도 배웠으며 피아노와 플룻도 배웠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건 다 시켜주시는 부모님 아래에서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발레도 미술도 음악도 기본적으로 3년 이상씩 배웠다.
그러나 나에게 예술적인 재능은 없었다. 재능까지 갈 것도 없이 잘하지 못했다. 그냥 배우니까 하는 그 정도. 그러다 중학생이 되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그만큼 성과가 나왔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바로 공부였다. 필기하고 외우고 문제를 푸는 걸 꾸준히 했고 공부가 나의 재능이 되었다. 정확히 말해서 공부라기 보다는 성실함, 꾸준한 그리고 끈기도 재능이라면 나의 재능인 거다.
좋아하는 전시회를 가기 위해서 요란하게 준비하던 어느 날, 부모님께서는 그런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우리 딸 이것 저것 많이 배웠는데 눈에 띄게 잘하는 건 없었어, 그지?
그림 그리는 것도 몸을 쓰는 것도 피아노 연주도 다 보통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잘하는 게 많지 않은 게 아쉬웠다.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에 자기소개에서 특기를 쓰는 게 너무 싫었다. 나 혼자 잘한다고 생각하는 거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인정받아야 한다면 정말 난 잘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 때 그렇게 배워서 안목이 좀 생겼어.
잘하는 건 없는데 예술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거지.
오늘처럼 전시회도 가고.
나는 그런 내가 마음에 들었다. 발레 공연을 보러가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내가, 전시회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내가. 재능은 없어도 이런 걸 누리고 살 수 있게 되어서 그게 좋았다.
뭐 대단히 잘해야 하나
한국에서는 취미로 하는 일도 전문가 수준으로 잘해야하는 분위기더라. 유퀴즈에서 기관사 안드레스님이 하신 말씀이 엄청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할까봐 걱정되서 잘하는 게 없다고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굳이 모두가 재능이 있는 사람만큼 잘할 필요가 있나. 그리고 그럴 수도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잘하는 게 뭐냐구요?
-책, 영화보고 이야기 나누기
-바느질 하기
-마들렌 만들기
-한 번 본 것 기억하기
-바뀐 부분 알아차리기
-계획 세우기
-고민상담하기
등등등
쓰다보니 작고 하찮다. 그래도 상관없다. 상관없고싶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목록을 앞으로도 채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