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6월 독서모임 주제
벽돌책
5~600쪽 이상 되는 두꺼운 책
6월 독서모임 주제로 벽돌책이 뽑혔다. 벽돌책 읽는 거 자체는 좋긴 하지만 5월 독서모임과 6월 독서모임 사이가 짧아서 다들 갑자기 숙연해졌다. 나부터도 어떤 책을 읽어야하지 고민하다가 집에 2년째 잠자고 있는 <총,균,쇠>를 떠올렸다.
6월 서울 국제 도서전에 맞춰서 우리의 독서모임 날짜도 잡았다. (서울 국제 도서전에 다녀와서 쓴 글도 많이 읽어주세요^^) 벽돌책이 무거워서 조금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몽골여행으로 떠난 지니와 일이 있어서 못 온 아리 빼고 이번엔 3명이서 진행했다.
3명 다 500쪽이 넘는 벽돌책을 독파하지 못했다. 아리는 다 읽었다고 했는데 아리가 읽은 책은 7월 독서모임에서 소개하기로 !
돈의 속성
김승호
챔챔의 이번 달 선택은 <돈의 속성>. 김승호 회장님이 스노우 폭스를 8000억에 매각한 다음이라 책이 뭔가 달라보였다. 챔챔의 사촌이 김승호 회장님의 강연에 가서 들은 이야기를 챔챔에게 전해주었는데 그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내 주변에도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이 많아서 궁금하긴 했었다.
<돈의 속성>은 바르고 좋은 책인데 그 이유는 좋은 이야기가 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돈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다.
다른 이를 부르는 호칭에 따라 나에게 오는 운이 바뀐다는 부분을 읽으며 어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른이 될 수록 누군가를 어떻게 호칭하는지가 그 사람의 품위를 보여준다.
걔가, 얘가 같은 말들 보다 조금 더 예의를 갖춘 호칭을 써야겠다고 말했던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가서 걔가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비정기적인 수입은 더 큰 가치로 느껴져서 사치를 하게 된다. 는 문장을 듣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성과급 나오면 뭘 꼭 사고 싶어졌다.
경제 공부를 하고 싶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돈의 속성>에서는 뭐라도 시도해본 뒤 공부하면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했다. 주식 공부를 하고 싶으면 1주라도 사봐야 한다던가! 그래서 챔챔도 시도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잘 읽히는 책이고 내용도 마음에 들어서 시간을 두고 더 읽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스틱!
칩 히스, 댄 히스
<총, 균, 쇠>가 물론 재미있긴 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스틱!>이 읽고 싶었다. 보고 있는 유튜브에서도 추천 받은 적이 있고 메세지를 전달해야 하는 직업을 하고 있어서 이 주제게 관심이 많았다. 이 책이 마케팅에 한정되서 홍보가 되었던 것 같아 아쉽다. 근데 또 그렇게 타켓이 좁았으니 더 많이 팔렸던 거 같기도 하고.
성공적인 메세지를 창출하기 위해 간단하고 기발하며 구체적이고 진실되며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 문장 안에 스티커 메세지를 위한 6가지 전략이 다 들어있다. 풍부한 사례를 통해 6가지 전략이 하는 역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스틱!>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식의 저주였다. 일단 무언가를 알게 되면/알고 나면 알지 못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
지식의 저주를 알게한 것으로 <스틱!>의 역할은 끝났다고 할 정도였다. 이상하게도 알고 나면 뭔가 전문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진다. 좀 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다던가, 있어보이는 것처럼 말한다던가! 쉽고 단순하게. 역지사지는 늘 중요하다.
실제로 스티커 메세지를 만들기 위해 적용하려면 어렵겠지만 읽는 동안엔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웠다. 독서모임을 할 때까지만 해도 절반 정도 읽은 상태였는데 그 뒤로 꼬박꼬박 읽었고 메모도 열심히 하면서 읽었다. 오랜만에 공부하는 것처럼 읽은 책이었다.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사루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말을 알려주었다.
키친 테이블 노블
= 식탁에 앉아 쓰는 소설로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쓰는 소설
키친 테이블 노블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먼저 쓰기 시작했고 김연수 작가가 <청춘의 문장들>에서 이 낱말을 쓰면서 알려졌다고 한다.
나는 태어나서 이런 낱말을 처음 들었는데 듣고 나서는 이 낱말이 내내 마음에 걸려있었다. <청소부 매뉴얼>을 쓴 루시아 벌린이라는 작가는 생전에 무명이었는데 사후 11년이 지나 문학 천재라는 칭송을 받았다.
사루는 개인적으로 재미는 있는데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다 보니 동어 만복도 많았고 엄청나게 잘 쓴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청소부 매뉴얼>은 문학적 가치보다도 자전적인 소설로 정말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고 그래서 디테일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문학보다도 60년 동안 일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소설 같을 것이다.” 라는 멋진 문장도 들려주었다.
사루도 절반 정도 읽었는데 단편 소설이라 그 뒷 부분은 발췌독을 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꽤 오랜 시간 동안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낱말이 왜 마음에 걸려있을까 생각했다. 나는 아직 브런치에는 올리지 못했지만 쓰고 싶은 글이 있고 블로그에도 자주 글을 쓰고 있다.
소설을 쓰지는 않으니 키친 테이블 에세이와 가깝다. 지금도 식탁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를 위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말이 서글펐다. 루시아 벌린 생전에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어땠을까. 자신의 단편 소설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도 어쩌면 이렇게 혼자 글을 쓰다가.. 하는 생각에 슬펐다. 그치만 꾸준히 글을 쓸 거고 언젠가 내 책이 서점 평대에 올라와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렇게 독서모임 노트에 정리한 뒤 최대한 기억을 살려서 브런치에 독서 기록을 남기는 중!
독서모임을 하며 4권의 책을 읽는 동안 소설은 한 권도 읽거나 소개하지 않았다. 사실 누구보다 문학과 소설에서 영감을 얻는 나인데.
독서모임을 하다가 나한테 소설은 잘 안 읽는 거야? 라고 물어본 사루에게 골고루 읽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너무너무 소설에 갈증이 난다. 푹 빠져서 읽을 만한 소설이 요새는 정말 찾기 어렵기도 하고 퇴근하고 쉬고 글쓰고 책 읽고 하면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다음 달에는 소설을 좀 읽어보려고 한다. 재미있는 소설을 꼭 만나고 싶다.
벽돌책이라고 해서 다 좋은 책도 아니고 벽돌책을 읽어야 책 좀 읽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벽돌책에 한 번 도전해보기를! (하반기에 또 도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