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우리가 사귀게 된 경위는?

by 몽아무르


우리는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안시 Annecy에 갔다.

거대하고 맑은 호수가 매력인 이 도시는 프랑스인들이 은퇴 후에 살고 싶어하는 도시 1등이다.

작은데 도시 구석구석은 아기자기하고, 호수 근처 넓은 잔디밭과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골목 골목 거닐다보니

저녁이 되었고 우리는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나를 눕히고 다리를 베게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우린 만나자마자 자진 않았잖아. 라는 말을 꺼냈다.

그 : 첫번째에 너는 커피를 마시고 난 핫초콜릿을 마셨지. 그리고 영화를 보고 밥을 먹었어.
두번째도 밖에서 밥을 먹었지. 세번째는...
나 : 세번째는 너희 집이었잖아. 그리고 우린 키스를 했지.

그 : 아, 맞네.

나 : 내가 두번째에 너희 집에 가는 걸 거절한 것도 그래서야. 난 남자들이 어떤지 안다구.
그 : 난 달라.
나 : 달라? 어떻게 다른데?
그 : 난 수줍음을 많이 타. 그래서 데려와도 아무것도 안하고 보낼때도 있어.
나 : 흠. 믿지 않아. 아무튼, 난 그래서 네가 좋았어. 보통 남자애들은 '너 예뻐.' 이러다가...
그 : 자자고 하지?
나 : 응. 근데 넌 천천히 다가왔으니까. 내 친구가 나보고 행운아래.
그 : 왜?
나 : 넌 친절하고 착하고 요리도 잘하고 취미에 열정도 있고. 좋대.
그 : 음. 난 네가 수줍어서 매력있다고 생각했어. 똑똑하고.
나 : 아. 맞아. 나 똑똑해. 그건 부정할 수가 없다.
그 : 하하. 그래. 그리고 예쁘고.

'왜 상대를 좋아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보면,

그는 내가 예뻐서 좋아했던 건 아니구나 생각한다.

뭐, 어쩌면 당연한건가. 하하하.

그는 항상 첫번째 이유로 '수줍다'를 꼽는다.

본인도 수줍어서 기쎈 프랑스 여자애들에게는 손 잡을 엄두도 안났나보다.

한참이 지나 한 이야기지만,

그에 따르면 프랑스 여자들은 데이트 할 때 신속 정확하게 육체적 사인을 보내주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즉, 첫 데이트에서 마음에 들면 바로 키스 들어가고 내키면 더 가는 뭐 그런식.

육체적으로 당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남자다운 것이라고 여기나보다.

우리는 몸에만 관심있는 사람으로 여겨 마이너스가 되는데 말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나는 육체적 사인부터 보내려는 프랑스 남자들이 싫었고,

그는 육체적 사인을 보내는 법이 어려웠고.


날이 추워져서 우리는 영화를 보러갔다.
내가 이해 못할까봐, 혹은 재미없어할까봐 계속 걱정하는 그.

난 그냥 옆에 앉았는데 먼저 손을 잡아준다.

영화가 끝나고 렌즈가 뻑뻑해서 눈을 부비니까 피곤하냐며 안아준다.

집에 오는데,
나는 아까의 대화를 상기하고 싶어서 집중하고 있었다.

그 : 뭘 생각해?
나 : 비밀.


꾸벅꾸벅 졸며 집에 도착했다.

무조건 침대로 밀고 들어가길래, 내 신발 신발 이랬더니
괜찮아 그러면서 자빠뜨린다.
덤벼오길래, je suis pas dispo라고 했더니,

(원래는 disponible인데 여기 사람들은 줄여서 자주 이야기 한다.)

그가 하하하 웃었다.

전화받는 흉내를 내며,

"여보세요? 혹시 dispo하세요?" 라며 웃었다.


뉘앙스가 틀려서 웃겼나보다.

사실 그때 난 달거리중이었고 덤벼오신다고 받아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시간 약속 잡을 때 disponible이라는 단어를 쓰는 걸 보고,

본인이 현재 무언가 하기 불가능함을 이야기 할 때, Je suis pas disponible.이라고 말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나 시간 없어, 한가하지 않아.' 이런 뉘앙스에 더 가까운 거였다.


발로 배운 불어는 이렇게 그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진리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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