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디즈니랜드를 사랑하는 사람.

by 몽아무르





나는 놀이공원형 인간이 아니다.

탈 줄 아는 놀이기구라고는 유아용뿐.

그 무서운 느낌 가지려고 한시간씩 줄 서는게 이해가 안 갈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구경은 해보고 싶었다.

얼마나 동화적인가.


5월의 파리는 정말 추웠다.

남쪽에 사는 나는 당연히 봄 날씨 생각하고 니트에 얇은 점퍼,

스타킹에 반바지를 입었더랬다.

혹시 모른다고 잠바에 니트에 옷 여러벌 챙기는 그를 보며

여자보다 짐이 더 많다고 비웃었더랬는데.

오산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추적추적 오다말다를 반복했다.

그저 디즈니 랜드라고 신이 난 그는 비가 와서 줄 안서도 된다며 룰라랄라.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고

나를 뱅그르르 돌리며 춤을 추었다.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팬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모두 소장하고 있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다.


그는 디즈니 랜드 내에서 흐르는 음악 중 모르는게 없었다.

신나서 따라 부르며,

' 이것봐. 나 이 노래도 안다? 이건 라이온 킹에 나오는 노래! '


나는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추웠다.

낭만이고 뭐고 숙소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

애들마냥 좋아하는 그를 보며 힘을 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가족들 선물을 사려고 쇼핑을 했다.

이것저것 귀여운 물건들이 많아서

다 사고 싶었지만

난 가난하니까. 지갑을 꾹 움켜잡았다.


그러던 중 그가 커플 열쇠고리를 발견했다.

미키와 미니가 쪼개진 하트를 들고 있고

그게 자석으로 연결되는 거였다.


그 : 이거 예쁘지.

나 : 응. 근데, 되게 비싸다.

그 : 그치?


우리는 다시 내려놓고 선물 쇼핑을 했다.


숙소로 들어와서 나보고 씻으라기에 먼저 씻으라고 하고선

침대에서 잠들었다.

정말 방전이었다.


그는 다 씻고 와서 나를 깨웠다.


그 : 목욕물 받아놨어. 씻어.


나는 생각지도 못한 목욕물에 화들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나 : 고마워. 네가 최고야.


목욕 후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둘 다

깊은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먼저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준비 다 하고 깨우려고 다가가니

그가 나를 이끌어서 옆에 눕혔다.

우리는 마주보고 잠깐 안고 있었다.

갑자기 몸을 일으켜 내 뒤에 있는 침대 테이블에서 뭔가 확인 하길래

나는 시계를 보나보다 했다.


갑자기 엉켰던 몸을 풀고

두 주먹을 내밀면서 고르라는 그.


오른쪽을 골랐더니 '정말 이걸 고를거야?' 이러면서 왼쪽을 고를 것을 강요했다.

그래서 왼쪽을 골랐더니,

손을 편다.


어제 가게에서 예쁘다고 보았던 커플 열쇠고리 중 미니가 나타났다.

나는 말그대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냥 사소한 물건이었고, 나 열쇠고리 같은 거 취미도 없지만

그냥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곤 오른손을 펴니 미키가 나타났다.


이렇게 작은 것으로 큰 행복을 만들줄 아는 그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데도

오히려 사람 없다고 신나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상황을 즐길 줄 아는 그 사람이,

그가 늘 말하는대로, '컵에 물이 반이나 차있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날씨가 흐리다고 불평하기 바빴으니까.


그런 그가 부탁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나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이것 저것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더 감동적이었다.


너무 고마워서 말그대로 가슴이 찡하는 걸 느꼈다.


나는 무얼 해줄 수 있을까.




하지만.

감동도 잠시.

난 아침을 먹는 순간부터 피곤해서 거의 좀비가 되었다.

(물론 내가 좀 체력이 나쁘고 자주 피곤해하긴 한다.)


행복도 건강해야 느낄 수 있는 법.

아프면 꿈도 행복도 아무소용없다.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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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잔뜩 흐린 디즈니 랜드 입구.

이때까지만 해도 드디어 동화의 나라로 ! 하면서 신나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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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스튜디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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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세계와 차단된 또 다른 동화의 세계라는 바로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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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센터가에 지미짚이 있길래 옛날 촬영장 생각나서 찍었는데

보이질 않는다.



선물가게에 가면 재미난 캐릭터 상품이 너무 많다.

난 놀이 기구보다 여기서 노는게 더 좋았다.


난 디즈니 랜드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르고 갔는데,

동생에게 디즈니 랜드에 다녀왔다고 하니까

거기가 정말 소문대로 동화의 세계냐고 물었다.


일례로,

한 어린이가 디즈니 캐릭터들에게 싸인을 받고

유람선을 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유람선에서 그만 받았던 싸인을 모두 빠뜨리고 만 것이다.

유람선이 도착하자 선착장에 있던 직원이

울적해하는 아이에게 싸인을 찾아서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아이의 집에 정말 싸인이 도착했다.

확인해 보니 원래 받았던 싸인 보다 한 장이 더 있었다.


'이 싸인들은 인어공주가 찾아준거야. 그리고 인어공주가 자신의 싸인도 넣어주었단다.'


또,

어린이가 선물가게에서 구입한 물건을 본인 실수로

디즈니 랜드 안에서 망가뜨리면

그걸 무료로 바꿔준단다.


디즈니 랜드에 슬픔이란 존재할 수 없다 !


이건 다 동생이 해준 이야기.

나는 뭐 이정도의 환상의 나라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곳인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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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랜드의 성.

밤에 여기서 불꽃놀이와 빛쇼가 벌어지는데 되게 로맨틱하다.

내가 본 날은 피터팬 이야기가 나왔다.

애들은 디즈니 이야기에 신나하고

커플들은 불꽃이 터지는 성 앞에서

왕자와 공주처럼 로맨틱한 춤을 추며 사랑을 키우느라 행복해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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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한 놀이기구.

우주선 모자 안 얼굴은 홀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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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타고 레이저 건으로 우주 괴물을 맞추는 놀이기구.

관람 기차 타듯 하는 놀이기구라

무섭지 않고

총쏘기도 할 수 있어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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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의 밥값은 여느 놀이공원처럼 비싸다.

상자가 예뻐서 찍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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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mme d'amour (뽐 다무르, 사랑의 사과).

설탕물에 절인 사과맛이다.

겉은 역시 설탕으로 둘러싸여 있다.


내가 하도 놀이기구 안 탄다고 버티니까

그가 이거 사줄 테니 한번만 같이 타자고 나를 어르고 달랬다.

결국 이거 얻어먹고

놀이기구 타며 울었다.

진정. 왜 타는 걸까. 놀이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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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숍에서 그, 윌리, 바네사가 무서운 놀이기구 타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 나 엄청 귀여운 스티치 인형 봤어 ! 둘이 꼭 껴안고 있는거야.

근데 좀 비쌌어...


그러곤 같이 가서 내게 실물을 보여주는 그.


나 : 오. 귀엽네 !


그리곤 긴 일정을 마치고 집에 왔는데

저 인형을 짜잔 꺼내어 주는 그.

나 몰래 결국 그 인형을 사고말았다.


그 : 너랑 나야. 우히히.

나 : 그러게. 이 스티치 너랑 닮았다.

너 처럼 머리가 벗겨지고 있어.


그는 나를 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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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고리의 반쪽.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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