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하는 자의 설움.
주노의 두살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하지만 그걸 표현할 수단을 아직 다 익히지는 못했다. 난 그 답답함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안다. 마음에서 나오는 수 많은 말들. 작고 세심한 느낌 차이로 전하고 싶은 내 마음들. 나는 이것들을 아빠에게 전할 수가 없다. 이따금 그게 너무 답답하고 슬프기까지해 말을 하다가 으아악 짧은 괴성을 지르고 말하기를 멈춰버린다. 어떤땐 차라리 일기에게 한국말로 떠드는게 더 도움이 된다.
단순하게 오늘은 고구마가 먹고 싶어. 같은 말은 어렵지 않지만 더 복잡한 것을 설명하기엔 언어가 부족해 속이 터지는 심정.
나는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그래서 지금은 이걸 원하고 당신이 이러는건 이래서 싫고.. 이 모든 걸 말하기엔, 네 입이 네 머리와 심장보다는 조금 느리다는 걸 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말을 안해주면 모르는 나와 아빠는 네 마음을 몰라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혼내고서는 일단 엄마아빠가 하라는대로나 하라고 하니 얼마나 억울할까.
어제는 옆집 할머니와 같이 밖에서 점심을 먹었다. 넌 이미 배가 고프고 피곤했다. 배가 고프다고 했을 때 이미 한번 조금만 참으라는 말을 들었고 잘 참았다. 하지만 식당에 도착했을때 넌 한계점에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남들 먹는 걸 보면서 나도 저걸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주문하고 돈을 내야 먹을 수 있다고 세상의 규칙을 알려주었다. 너는 수긍하는 듯 하다가도 다시 성을 냈다. 남들은 먹는데 왜 나는 안돼 !!
식당은 뷔페식이었고 넌 먹고 싶은게 있었다. 너는 그 음식이 “고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기”를 요구했다. 아빠가 알았다고 하고선 가지고 온 음식에는 네가 원하던 “고기”가 없었다. “이건 내가 원하던 고기가 아니다.”라는 말을 할 줄 몰랐던 너는 “아빠가 가져온 고기”를 거부하고 거부를 하는데도 지속적으로 권유하는 아빠에게 급기야 성질을 부렸다. 아빠는 당황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우리만 보는 것 같았고 같이 있는 옆집 할머니에게도 부끄러웠다. 우리 아들은 식당에서 얌전히 밥 먹는 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창피하게도 너는 수저를 물리며 엉엉 울었다. 아빠는 고기 먹고 싶다 그래서 고기 가져왔는데 왜 안먹고 짜증일까. 이건 분명 이유없는 떼쓰기다. 생각을 하고 너를 혼냈다. 너는 혼이 났으니 울음을 멈추었고 마음에 내키든 내키지 않든 일단 아빠에게 복종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고기는 네가 원하던 음식이 아니었다. 너는 어른들이 원하는대로 얌전히 아빠에게 원하는 것을 요청을 했고 아빠는 알겠다고 해놓고선 엉뚱한 걸 가져와놓고 먹으라고 강요하고 혼을 내니 일단 입 다물고 먹기는 하는데 많이 억울했나보다. 먹으면서 사소한 일 가지고 계속 짜증을 부렸다.
나는 이 모든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너를 혼내는 아빠 앞에서 네 편을 들면 아빠가 외톨이가 되고 아빠의 자리가 서질 않기 때문이었다. 식당에서의 난장이 끝나고 그 날 저녁에 네가 왜 짜증을 부렸는지 아빠에게 설명했다. 나는 네가 먹지 않겠다고 했을 때, 너를 데리고 뷔페로 갔다. 네가 진짜로 원했던 그 “고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네가 가리킨 그것은 고기가 아니었다. 그건 오징어 튀김이었다. 그 음식의 이름을 모르는 너는 네가 아는 단어 중에 모양새가 비슷한 것을 골라 말했던 것이다. 물론 난 이 상황을 식당에서 설명했으나 아빠는 창피함과 스트레스에 너를 당장 입다물게 하는데에만 집중하느라 내 말을 중요하게 듣지 않았더랬다.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 객관화시켜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네가 짜증을 부릴 때 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일단 우리 자체가 여유로워져야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너는 절대로 이유없이 짜증을 내지 않는다. 나와 아빠처럼 배가 고프든 피곤하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었든 그냥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든 혹은 커피가 필요해서든, 네가 울고 떼를 쓰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만 너는 우리처럼 수려하게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너는 오징어 튀김이 오징어 튀김이라고 불리는지도 모르지않느냐. 결국 언어로 소통 할 수 없는 경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필요한건 역시 인내, 인내, 그리고 또 인내. 그리고 남 말고 네 마음을 신경쓰는 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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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면 “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라는 말은 안듣게 되겠지? 그리구말야 언능 언능 말 배우자 ! 서로 좀 편하게.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