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알면서도 기다려주는 것.

(어렵지만) 아이를 키우며 해야할 일.

by 몽아무르

주노의 두살


나는 바람이 부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래서 주노가 아주 어린 꼬물이일때부터 함께 흔들리는 나무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해주었다. “흔들흔들- 나무가 바람에 흔들흔들-“

그건 일종의 혼잣말과 혼자노래 사이의 것이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가 말을 알아듣거나 기억할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창밖을 가만히 보는 시간은 줄었다. 아이는 움직이기 바빴으니까. 그래서 한동안 흔들흔들- 운율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주노가 바람에 부는 나무를 가리키며 흔들흔들- 내가 하던 운율을 그대로 흉내냈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아이가 기억할 거라고, 내가 말에 귀를 기울였을거라고 혹은 그랬더라도 이해했을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한참이 지나 흥얼거림을 주노의 입을 통해 듣다니. 나는 꼬물이 주노를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나에 비해 아는게 적어서 약한 존재라고 내가 많은 것을 해주고 도와줘야 한다고 했던 생각은 오산이었다. 아이는 의외로 강하고 관찰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거기서 많은 것을 배우고 흡수한다. 아이를 믿으면 아이는 많은 것을 배울 것이고 아이를 믿지 않고 뭐든 대신해주려고하면 아이는 배울 기회를 상실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믿는 , 위험에서 아이를 보호하는 사이의 균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아이에게 배울 기회를 주는 것은 대단한 인내와 노동을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누이네 집에 주노를 데리고 적이 있었다. 나는 주노가 좋아하는 기찻길과 기차를 챙겨갔다. 시누이가 말했다.


우리 기차를 가지고 놀까?”

주노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장난감 가방을 열었다. 주노는 기찻길의 부분을 꺼내 시누이 앞에 가져다두고 다른 조각을 찾으러 가방이 있는 곳으로 갔다. 시누이는 기찻길을 대신 조립해주지 않았다. 어떻게 끼워 맞춰야하는지 설명은 해주었지만 손은 대지 않았다. 아이는 손놀림이 아직은 뭉툭해 정밀한 움직임은 하지 못한다. 어른이 하면 삼초면 끝날일을 아이는 이리놓고 저리 놓으며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시누이는 아이에게내가 도와줄까?” 라고 묻지 않았다. 아이가 혼자 때까지 기다렸고 방향이 잘못되면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주노는 기찻길 개를 끼워 맞췄다. 나는 내심 놀랐다. 왜냐하면 주노가 기찻길을 조립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노가 어렸을때부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데 그때 대신 조립해주던 습관이 남아서 지금도 너무 자연스럽게 내가 그것을 조립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네가 해보겠느냐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누이와 나는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부분에서도 달랐다. 나는 아이가 하다가 되는 같으면 아이에게 먼저도와줄까?” 하고 물었다. 아이가 내게 도움을 요청할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지 못했다. 이유는 둘이었다. 아이가 못하니 안타까워 내가 해주고, 나중에 안된다고 짜증내고 오열할게 무서워서 내가 해주고. 결국 그렇게하다보니 아이의 한계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게 하지 못했다. 또한 아이는 도움에 익숙해져 도전을 생각도 없이엄마가 해줘.”라는 말도 하게 되었다.

답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것은 정말 재밌는 영화의 결말을 스포일러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같다. 아이가 숟가락질이 어설퍼서 온몸, 의자, 식탁, 바닥에 음식을 퍼바르는것을 그냥 지켜보며 나중에 육체적 고생을 앞에 그리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걸음마가 어설픈 아이가 마구 뛰는 것을 보면서 넘어질걸 알지만 그냥 놔두는 , 미끄럼 혼자 타다 머리 꿍할까봐 걱정되면서도 혼자 하게 두는 . 이제 타인과의 관계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갔는데 반응이 쌩할때의 안타까움. 아이의 배움을 기다리고 거기서 받을 상처가 있다는 알면서도 도전하게 두는 것은 엄청난 마음 수련이 요구되는 일인 같다. 물론 육체적 고생도 함께 말이다.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동안, 나는 세상의 이치와 인간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같다. 그리고 또한 아이의 배움과 좌절을 통해 배우고 좌절하는 같다. 놀라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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