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야.
주노의 두살
요즘 아이에게 하루종일 화만 낸 것 같은 날들이 많아진다. 오늘이 또. 그런 날이었는데, 이제껏은 말썽 피우고 나는 재밌지도 않은 장난만 해대는 아이를 탓하다가 문득 아이와의 궁합을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렸을 때 조차도 괜한 장난이나 개구진 행동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릴때나 다 커서나 마찬가지인데, 예전엔 그런 장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그런 사람들을 알아서 피하거나 주변 관찰자로 남으면서 수월하게 넘어갔다면 지금은 운명의 장난으로 그런 장난의 대상이 되거나 그 장난의 뒤치다꺼리를 하게 되었다. 마냥 사랑스럽던 나의 아들은 이제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여겼던 행동들을 한다. 이를 닦다가 일부러 더럽게 치약 거품을 뱉는다던지, 침으로 방울을 만든다던지 뭐 그런거 말이다. 엄마가 하지말라는데 자기 마음엔 하고 싶은 것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들.
가만 생각해보니 님은 이런 주노의 장난에 같이 낄낄거리다가 바른 행동을 알려주는 반면 나는 이런 행동을 전혀 못 견디는 것 같았다. 아이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난을 하면 일말의 여지도 없이 화부터 내고 주의부터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정도 이해와 수용이 가능한 아이의 행동에 너무 각박하게 군다는 것인데. 이 생각을 하자 하루종일 아이를 말 안듣는 말썽쟁이로만 만든게 미안해졌다. “주노는 그게 재밌구나. 그런데 그건 더러워.” 무조건 더럽다고 혼내는 대신 아이의 감정을 먼저 알아주었다면 아이가 내 말을 더 잘 들었을까.
장을 보러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모차에서 내려주는 대신 내 옆에 딱 붙어있으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아이는 알겠다고 해놓고는 자기가 좋아하는 토마토를 집으러 갔다. 나는 그러겠노라 해놓고 지키지 않는 아이에게 너무 화가 났다.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엄한 잣대를 들이대고 안된다고 마구 혼을 냈다. 그 대신에 “주노가 토마토가 너무 먹고 싶었나보구나.” 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 다음에 약속을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루종일 아이에게 화를 냈더니 아이도 뭔가 억울했는지 나중엔 하지말라는 내 앞에서 당당히 금지된 행동을 계속 했다. “당신의 명령을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을 강하게 보였다. 아이의 마음을 읽기란,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아이가 내 말을 따르게 하는 것이란 쉽지가 않다. 나는 어느새 아이 앞에서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꼰대가 된 기분이다. 아이와 내가 다른 성향을 가진 건 확실하다.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하지만 가장 잘 만들어가고 싶은 인간 관계가 생겼다. 화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자.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하자.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니까. 인내하고 인정하고 멀리 깊게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