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서 어미 오리를 따라 줄지어 헤엄치는 새끼 오리들을 본 적 있어? 왜 새끼 오리들은 늘 한 줄로 어미 오리를 뒤따르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이 문제를 깊이 연구한 과학자들이 있어. 바로 미국 웨스트체스터 대학 연구팀이야. 연구팀은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각 일곱 마리로 이루어진 총 열두 그룹의 새끼 오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어. 그 결과 새끼 오리들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한 줄로 뒤따른다는 사실을 밝혀냈지. 어미 오리가 만든 파도를 이어 타면 물의 저항을 덜 받아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헤엄칠 수 있어. 새끼 오리들은 어미 오리 뒤에 늘어서서 어미 오리가 만든 파도를 이어 탔던 거야. 이 연구는 2022년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았어.
이그노벨상이 뭐냐고? 이그노벨상은 흔히 엽기 노벨상, 괴짜 노벨상이라고 불려. 매년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연구 중에서가장 엉뚱하고 기발한 연구에 주는 상이야.
2020년 이그노벨상 재료과학상을 받은 연구는 ‘인간의 배설물을 얼려서 만든 칼은 잘 들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낸 연구였어. 똥을 얼려서 칼을 만들다니 정말 엽기적이지? 사실 이 연구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어. 에스키모(북극 지방에 사는 인종)가 자신의 배설물을 얼려 칼을 만들고 동물을 자르는 데 사용했다는 말이 있었거든. 하지만 실험해 보니 똥으로 만든 칼은 잘 들지 않았다고 해. 속설은 사실이 아니었어.
5살 아이에게 하루 동안 생기는 침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거나(2019년 이그노벨상 화학상), 롤러코스터를 타면 신장 결석을 치료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거나(2018년 이그노벨상 의학상), 고양이의 유연성을 보고 고양이는 고체임과 동시에 액체라는 주장을 재미있게 표현한 연구(2017년 물리학상)도 있었어.
이그노벨상의 공식 마스코트. 로뎅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이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그노벨상은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졌어. 1991년 하버드 대학에서 펴내는 유머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에서 노벨상을 패러디해서 만든 상이야.
‘이그노벨(Ig Nobel)’이란 말의 뜻은, ‘품위 없는’을 뜻하는 ‘이그노블(ignoble)’이란 단어와 ‘노벨상’의 ‘노벨(Nobel)’을 합해서 만든 말이야. 즉, 품위 없는 노벨상이란 뜻이지.
이그노벨상에는 나름 엄격한 수상 기준이 있어. 먼저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그다음 생각하게 만드는 업적이어야 해.
노벨상이 물리학, 화학, 생리학, 의학, 경제학, 문학, 평화의 6개 부문에서 인류의 발전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라면, 이그노벨상은 매년 10개 부문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생각하게 만든 연구를 선정해 주는 상이지. 하지만 10개 부문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 먼저 수상자를 선정하고 그 연구의 성격에 맞춰 상을 만들기 때문이야.
이그노벨상은 시상식도 아주 흥미로워. 매년 9월 하버드 대학의 샌더스 홀에서 1,100명의 관객을 초대해 시상식을 진행해. 진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이 참석하고 그들이 이그노벨상을 수여하지.
2022년 노벨상 상금은 약 13억 원이었는데, 이그노벨상 상금은 짐바브웨 달러로 무려 10조라고 해. 숫자가 크다고 너무 놀라지 마. 짐바브웨 달러로 10조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4천 원 정도이고, 그마저도 물가 상승으로 현재는 가치가 거의 사라진 돈이거든.
수상 소감은 1분으로 제한되는데, 만약 1분을 넘기면 ‘스위티 푸(Sweetie Poo, 직역하면 달콤한 똥이라는 뜻)’라고 불리는 어린아이가 수상자에게 다가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소리쳐.
“그만하세요. 지루하단 말이에요. 그만해요. 지루하다고요.”
수상자가 결국 포기할 때까지 스위티 푸는 이 말을 계속 반복하고, 관객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려. 그 어떤 시상식보다 유쾌한 시상식이라 할 수 있지.
괴짜들의 상이라고 우습게만 생각하지 마.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학자 중에 진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도 있어. 2000년 자석을 이용해 개구리를 공중 부양해 이그노벨상을 받은 영국의 안드레 가임 교수는 딱 10년 뒤인 2010년에 ‘그래핀’을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데 투명하면서도 구부러지는 터치스크린, 태양전지판 등에 쓰일 수 있는 소재야. 하지만 탄소가 딱 한 층만 있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소재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그래핀을 추출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
흑연은 그래핀이 여러 장 쌓여 있는 구조를 하고 있어. 모두 얇은 탄소층을 얻기 위해 흑연을 정교하게 자르는 기술에 몰두할 때 가임 교수는 연필심에 셀로판테이프를 스무 번 정도 붙였다 떼는 단순한 방법으로 한 층의 그래핀을 얻는 데에 성공했어.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가 노벨상이라는 결과를 낳은 거야.
이그노벨상의 창시자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
“지금까지 과학사를 살펴보면 혁명적인 발명이 다 처음에는 황당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얻은 것이죠.”
대단해 보이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사실은 아주 작지만 엉뚱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일상생활에서 드는 사소한 호기심,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태도,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건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