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는 며칠 전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해 왔어. 고등어 무늬에 하얀 발을 가지고 있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였어. 이미 여섯 살 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소라는 추위에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지.
오늘은 새끼 고양이를 동물 병원에 데리고 왔어. 자꾸 머리를 흔들거나 귀를 세게 긁어서 걱정이 컸거든. 의사 선생님이 확대경으로 귀를 들여다보더니 말했어.
“귀 진드기에 감염됐어요. 가려움증이 엄청 심할 겁니다. 빨리 치료해야 해요.”
귀에 진드기가 산다고? 말도 못 하는 고양이가 얼마나 간지러웠을까? 소라는 울상이 됐어. 대신 아프고 싶을 정도로 속상했지.
기생충은 다른 동물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벌레인데, 외부기생충은 몸 안이 아닌 외부에서 영양소를 섭취하는 기생충이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진드기, 벼룩, 이가 바로 외부기생충이야.
반려동물에게 감염될 수 있는 외부기생충은 다양해. 그중 자주 확인되는 것으로 ‘귀 진드기’가 있어. 정확한 이름은 오토덱트 시노티스(Octodectes cynotis)야. 강아지도 감염되지만, 특히 어린 길고양이가 많이 감염된다고 해.
귀 진드기
1990년대 중반에 고양이 귀 진드기를 직접 자기 귀에 넣은 사람이 있어. 바로 뉴욕의 수의사 로버트 로페즈 박사야. 로페즈 박사는 자신이 직접 실험용 쥐가 되어 귀 진드기에 감염을 시도했고 그 증상과 치료에 대해 연구했어. ‘진드기와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수의학협회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실었지. 이 연구는 1994년 이그노벨상 곤충학상을 받았어.
로페즈 박사가 왜 자기 귀에 귀 진드기를 넣었는지 그 결과는 어땠는지 자세히 살펴볼게.
어느 날, 어떤 아이 엄마가 귀 진드기에 감염된 고양이를 데리고 로페즈 박사를 찾아왔어. 그 엄마는 세 살 난 딸도 가슴과 배를 간지러워한다고 말했지. 로페즈 박사는 소아과 의사에게 진찰받아 볼 것을 권했어. 그런데 고양이가 치료되자 딸의 가려움도 금방 사라진 거야. 그때 로페즈 박사는 고양이 귀 진드기가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지, 전염되면 어떤 느낌인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어. 그래서 자기 귀에 직접 고양이 귀 진드기를 넣어보기로 결심했어.
면봉으로 고양이 귀에 있는 귀 진드기를 건져내 자기 왼쪽 귀에 옮겼어. 그 이후 증상에 대해 로페즈 박사는 이렇게 말했어.
“진드기가 내 귓구멍을 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즉시 긁는 소리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후 가려움증이 시작됐고, 이 세 가지 감각은 불협화음이 되어 계속 심해졌습니다. 진드기가 고막을 향해 더 깊이 이동하면서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귀 진드기 감염은 한 달 안에 저절로 해결되었대. 로페즈 박사는 한 번의 실험으로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생각해서 두 번이나 더 귀 진드기를 자기 귀에 넣었어.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덜 심각했고, 감염도 2주밖에 지속되지 않았어. 세 번째는 좀 더 가벼운 증상을 보였지. 그래서 로페즈 박사는 귀 진드기에 대한 면역이 발달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어. 이것은 어린 고양이에게 귀 진드기 감염이 더 흔하게 발생한다는 사실과 일치했어.
로페즈 박사가 경험으로 알아낸 사실이 하나 더 있어. 귀 진드기가 규칙적인 먹이 활동 시간을 가진다는 점이야. 귀 진드기는 주로 저녁 6시에서 9시 사이의 초저녁과 자정에서 새벽 3시 사이의 한밤에 먹이를 먹는 시간을 가졌어. 낮에는 활동이 드물고 짧았지. 로페즈 박사는 귀 진드기 먹이 활동을 직접 소리와 느낌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어. 이 발견을 바탕으로 그는 귀 진드기 치료를 위해 귀에 약을 넣으려면 저녁이 좋다고 반려인에게 조언할 수 있었어.
이그노벨상 시상식에서 로페즈 박사는 귀 진드기에 대해 쓴 시를 낭송한 뒤 죽은 곤충을 관객들에게 나눠주었어. 다음 해에는 시상식에서 연설자로 나와 ‘대담한 사람이 되어라’는 제목의 연설로 관객들을 격려했어.
로페즈 박사는 2007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어. 그의 사망 기사에는 그에 대해 이렇게 기록되어 있어.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수의사였으며, 인내심이 강했고, 마라톤 선수였으며, 14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였다.”
귀 진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