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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밍고 Mar 08. 2023

떨어진 음식을 5초 안에 주워 먹어도 괜찮다?

2004년 이그노벨상 공공보건상


  민수는 젤리를 먹으며 걷고 있었어. 알록달록 지렁이 모양에 상큼한 향이 최고였지. 어느새 제일 긴 왕지렁이 젤리 하나만 남았어. 이건 아주 귀한 거야. 한 봉지에 딱 하나만 들었거든. 침이 꼴깍 넘어가고 심장이 콩콩 뛰었어. 그때였어.

  “어, 엇! 안 돼!”

  왕지렁이 젤리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어. 민수는 재빠르게 젤리를 주웠어. 후후 불어 먼지를 털고 잘 살펴보았지. 깨끗해 보였어.

  “3초 안에 주웠으니 괜찮아.”

  민수 입에 왕지렁이 젤리가 쏘옥 들어갔어.



  떨어뜨린 음식을 3초 안에 주우면 먹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이 속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야. 영어권 국가에서는 ‘5초 법칙(five-second rule)’이라 부르는데, 5초 안에 떨어진 음식을 집어 먹으면 문제가 없다는 거야. 이 ‘5초 법칙’은 2014년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실리기도 했어.


  눈에 보이는 먼지를 닦아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또는 더러운 바닥에 있는 세균이 음식으로 옮겨가기 전에 빨리 주웠으니 아직 오염되지 않았다고 여기기도 하지. 정말 그럴까?


  이 속설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있어. 연구 당시 시카고 농업 과학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질리언 클라크야. 클라크는 일리노이 대학에서 6주간 인턴십을 하면서 ‘5초 법칙’을 실험하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밝혔어. 그 결과 2004년 이그노벨상 공공보건상을 받게 되었지.


  처음에 클라크는 대학교의 여러 장소에서 바닥을 조사했지만 바닥이 너무 깨끗해서 세균을 많이 찾을 수 없었어. 그래서 상점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타일을 사 온 뒤 그 위에 대장균을 발랐어. 대장균이 있는 타일 위에 쿠키와 젤리 곰을 5초 동안 올려놓고 살펴보았지. 그 결과 안타깝게도 모든 음식이 세균에 감염되었다고 해. ‘5초 법칙’은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어! 또 거친 타일보다는 매끈한 타일에서, 쿠키보다 젤리 곰에서 더 많은 세균이 발견되었어.

  클라크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설문조사도 했어. 사람들의 성별음식의 종류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을지 말지에 영향을 끼쳤어.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70%와 남성의 56%가 5초 법칙에 익숙하다고 답했어. 남자보다 여자들이 5초 법칙을 더 잘 믿는다고 볼 수 있지. 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브로콜리나 콜리플라워를 떨어뜨렸을 때보다 쿠키와 사탕이 떨어졌을 때 주워 먹을 가능성이 더 높았지.


  이후에도 ‘5초 법칙’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계속됐어.

  2006년 미국 클렘슨 대학의 식품과학 교수 폴 도슨 연구진은 음식이 바닥과 접촉한 시간의 길이가 음식으로 세균이 옮기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어. 타일, 카펫, 나무를 준비해 그 표면을 살모넬라균으로 오염시키고, 각 표면에 음식물을 떨어뜨린 뒤 5초, 30초, 60초 안에 음식으로 옮겨지는 세균의 수를 측정했어.

  세균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으로 즉시 옮겨갔어. 빵보다는 소시지에서, 카펫보다는 타일에서 더 많은 세균이 발견되었어. 타일은 평평한 소재여서 음식과 접촉 면적이 넓지만, 카펫은 면직물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음식과 접촉 면적이 적어 세균의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야.


  폴 도슨 교수는 자신의 책 <Did You Just Eat That?(방금 그거 먹었어요?)>에서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는 것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어.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해도 운이 좋으면 다치지 않겠지만 사고가 나면 큰 부상을 막을 수는 없지. 마찬가지로 바닥에 어떤 세균이 존재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떨어진 음식을 다시 먹는 것은 아주 큰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라는 거야.


  2016년 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식품 미생물학자인 샤프너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아무리 빨리 집어도 세균이 묻어있다는 결론을 내렸어.

  ①수박, ② 빵, ③ 버터를 바른 빵, ④ 젤리 곰의 네 가지 음식과 ① 타일, ② 스테인리스 스틸, ③ 나무, ④ 카펫의 네 가지 표면으로 테스트했어. 이 표면들에 음식을 0초, 5초, 30초, 300초 동안 올려놓는 실험을 했어. 접촉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은 세균이 전염됐지. 하지만 떨어진 음식은 아무리 빨리 주워도 오염을 완전히 피할 수 없었어. 이 연구에서 세균의 이동이 빠른 순서는 다음과 같았지.


  수박 > 빵 = 버터를 바른 빵 > 곰젤리


  세균은 수분을 통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수박이 가장 많은 세균을 빨아드렸어.


  대장균 등 세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을 경우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하는 등 식중독에 걸릴 수 있어. 이렇게 해가 되는 미생물을 먹어서 걸리는 질병은 24시간에서 일주일까지 발병 기간이 걸릴 수 있어. 월요일에 주워 먹은 음식이 토요일에 증상을 일으킨다면 그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게 돼.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은 더 조심해야 돼. 이제부터 바닥에 떨어진 음식 주워 먹지 않기로 약속!



<참고 자료>

- 책: Did You Just Eat That? (Dawson, Paul / Sheldon, Brian)

- The 5-Second Rule Is Not as Safe as You Think, According to Scientists (prevention, 2018)

- 땅에 떨어진 음식, 집어먹을까 말까? (헬스컨슈머, 2019)

- 떨어진 음식 3초 안에 주워 먹어라, 3초 룰의 진실 (머니투데이, 2019)

- 음식을 떨어뜨려도 5초 안에 주우면 괜찮다? 진짜로? (OYLA Youth science 13호)

- 영상: 세상의 모든 법칙 – 바닥에 떨어뜨린 음식, 주워 먹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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