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승 시집 『대답이고 부탁인 말』(문학동네, 2021)을 읽고
1973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200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현승 시인의 시집이다. 질문이고 대답이고 부탁인 말 "안녕", "안녕해 주세요. 안녕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안녕이 되고 싶어요."라는 간절한 기도가 담긴 시집을 만났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유난한 마음들이 담긴 시집을 읽었다. 온갖 종류의 아픈 것들의 대변자처럼 왜 슬퍼야 하냐며 위로를 건넨다. 편향적인 시선을 넘어 반대편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편의 이야기를 하다가 저편이 이렇다고 역지사지를 한마디 더 한다. “냄새의 이편이 식욕이라면 저편은 구역질이다”(「미식가들」), “코를 고는 쪽이든 듣는 쪽이든”(「마이닝 크래프트」) 등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다. “공기조차 표정을 갖고 있다”(「Bird View」에서) 공기에서도 존재를 찾는다. “없어서 더 분명 해지는 존재”, “필사적으로 내가 되어야”(「펜 뚜껑」) 존재하고 싶은 항변이다. “우선 존재는 하고 싶어요”(「플랜 B」)라고 이 시집의 주제 같은 말을 토해 내듯이 말한다. Bird View를 세 편이나 쓰면서 “분명한 목격과 아무것도 말할 수 없음 사이에서 공기들이 갖는 최대의 밀도”(「Bird View」)라고 비밀을 말할 수 없음 같은 고백을 한다.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그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음을, 불안한 마음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음을 생각한다.
할 수 있었지만 안 한 것, 그게 바로 못한 것이다.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또 몰랐지.
따뜻한 말 한마디, 악수라도 건넬 것, 도 아니고
― 「자각 증상」 부분
누군가를 황망히 보내고 후회 같은 걸 했을까? 존재하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부재로 인한 뒤엉킨 줄기들을 적다가 괜스레 영혼 따위를 끌어다가 “집을 안 산 것, 아니 못 산 것”이나 쓰고 앉아 있는 것은 아닐까 “가장 뼈아픈 후회”들을 “그때 손이라도 잡아줄 걸 지금은 없는 사람을 두고”라고 뼈아픈 후회를 한다.
“외로움과 피곤과 배고픔과 살고 싶음”(「가로등 끄는 사람」)이라니? 그냥 사는 것이 아닐까? ‘살고 싶음’이라는 말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나는 불행의 맛을 알지만 불안의 냄새는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호밀밭의 파수꾼」)불행의 맛을 알다니? 불행을 예감하는 마음을 알 것도 같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철두철미한 현실주의자지만”(「은유로서의 질병」)이 부분에서 큰 의문이 들었다. 사람이나 사물까지도 ‘존재’의 소중함을 주창하며 의미를 강조하던 시인이 갑자기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삶이란 늘 의미에 목말랐던 것”이라는 말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존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해되지 못할 것도 없으니까.
“불운한 사람들에게 모자란 것은 인내심이며 참으로 다급한 쪽은 언제나 불운한 사람들”(「불운의 달인」)무슨 일 생기면 목소리부터 키우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내내 아프다가 이따금 통증을 잊는 삶은 견딜 만하다가 잊을 만하면 다시 아픈 삶일 텐데 아픔을 잠시 잊은, 언제고 불쑥 찾아올 아픔을 기다리는 나는 이따금 시가 이런 통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다정다감」)이라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픔을 다 안다고, 아픔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위와 같은 시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가 슬픔과 불행을 위로하는 시들로 묶여 있다. 그것이 아픔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편에서 지지대 역할을 해주고 있는 이현승 시인이 있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