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랑의 힘으로

린드그렌 장편동화 『사자왕 형제의 모험』(창비, 2015)을 읽고

by 민휴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아름다운 형제의 모험을 다룬 판타지 동화다. 작가는 첫 동화 “삐삐롱스타킹”으로 유명하다. 어렸을 때 드라마로 즐겁게 보았던 기억이 났다. 어린이의 명랑하고 시원시원한 대사가 마음을 후련하게 했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형을 향한 무한한 존경과 신뢰, 동생을 향한 넉넉한 사랑과 무조건적인 보호 등의 아름다운 사랑이 책의 전면에 퍼져 있어서 ‘어떻게 이렇게 끈끈한 사랑을 가진 형제가 있을까?’라는 감동을 주는 내용이었다. 그런 사랑의 힘이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두렵고 험난한 모험의 길을 함께하고 결국은 승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아빠는 바다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엄마는 동네의 바느질을 해주며 가난하게 살고 있다. 주인공 칼에게는 요나탄이라는 형이 있다. 형은 마음도 착하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며 친구들은 물론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한 아름답게 생긴 사람이다. 칼은 기침이 심하고 다리도 저는 약한 체력을 가졌으며 곧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형은 죽으면 ‘낭기열라’라는 곳으로 가서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알려 준다. 그러나 집안의 화재로 동생을 구하다 형이 먼저 낭기열라로 가게 되고 동생도 곧 따라가게 된다. 낭기열라는 ‘벚나무 골짜기’와 ‘들장미 골짜기’가 있는데 요나탄과 칼 형제는 ‘벚나무 골짜기’의 “사자왕 형제”라는 간판이 걸린 농장에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들장미 골짜기’에 텡일이라는 폭군이 괴물 ‘카틀라’를 조정하며 침략해 다스리고 있다. 곡식을 빼앗고,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고 있다. 요나탄과 칼은 “사자왕 형제”로 불리며 어려운 사람들의 희망이 된다. 요나탄과 칼은 무예를 익혀 ‘들장미 골짜기’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깊고 험한 산을 건너고 강을 지나 ‘들장미 골짜기’에 도착한다. 텡일은 주민들의 지도자인 ‘오르바르’를 카틀라 동굴에 가두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요나탄과 칼이 구해낸다. ‘들장미 골짜기’ 사람들과 힘을 합쳐 텡일과 전쟁을 치르고 카틀라도 물리친다. 카틀라를 물리치고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요나탄이 카틀라가 내뿜은 불길에 닿아 몸이 마비되어 간다. 형제는 다시 죽음으로서 ‘낭길리마’로 갈 것을 결심한다. ‘낭길리마’는 고통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다.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풍경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시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뛰어난 묘사력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 있는데 그 이유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라는 뚜렷한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그 일을 해내지 않으면 “쓰레기 같은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어린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고 아름다운 동화로 썼다.




「훨훨 날아라 비안카」에서 모험 중간에 잠시 쉬는 장면에서 “땅거미가 질 무렵에는 골짜기가 유난히 더 아름답게 보이거든. 게다가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무척 상쾌해. 이 장미꽃 내음이 바로 여름 향기 같아.....” 형제는 모험의 중간에서 잠깐의 휴식 시간에 이토록 아름다운 서정의 이야기를 나눈다. 두려운 상황에서 “차라리 당장 녹아 없어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절망에 빠졌습니다.”라고 썼다.


「텡일, 과거의 강을 건너다」에서 “우리처럼 한데 뭉쳐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걸 텡일은 상상도 못 하겠지”라는 대화가 나온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한강 작가가 부록으로 실은 「여름의 소년들에게」에도 남겼지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생각났다. ‘광주 공동체’라고 표현했던 말에 크게 공감이 갔다.


「안녕, 마티아스 할아버지」에서 자신의 애마 ‘피알라르’를 데리러 오는 텡일의 부하들을 향해 이렇게 표현한다. “과거의 강을 건너오기 전에 그가 죽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이 죽기를 바란다는 건 정말 고약한 일이지만, 그렇게 되기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열심히 빌고 또 빌었습니다”라고 정말 어린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적었다. 이런 내용도 있다. “누구나 겁날 때가 있지. 그렇지만 때로는 그런 마음을 남이 알게 해서는 안 되는 거다.”라고 인자한 마티아스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전하고 있다.


「아, 카틀라」에서 모험 중에 도착한 강가를 이렇게 표현했다. “태양은 불타는 공처럼 하늘 높이 떠 있고 햇살을 받은 강물은 수천 개의 태양 조각이 뿌려진 듯 반짝거렸습니다.”, “양쪽으로 갈라진 나무줄기 사이에 앉아 있으니까 마치 물 위에서 흔들거리는 녹색 집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등 아름답고 멋진 표현들이 너무 많아 책 속에 밑줄이 가득했다.




가난하고 아프고 어려운 현실이었지만 죽음으로 도착한 ‘낭기열라’에서는 이루지 못한 소망들이 모두 이루어진다. 건강하고 용감하게 모험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문장이 너무도 아름답고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 나눠서 읽었지만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340페이지의 두툼한 장편동화가 마음도 뿌듯하게 채워준 것 같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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