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잘라야 해요

by 민휴

복숭아밭은 나무를 엄청 크게 키워 주었다. 연일 가지치기와 유인작업 중이다.


가을전정은 내년에 과일이 열릴 가지를 유인선에 묶어 주고, 열매가 빛을 골고루 볼 수 있도록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 줘야 한다.


가지를 유인선이 있는 방향으로 묶어 주고 나면, 등 쪽으로 올라온 가지인 도장지가 결정된다. 도장지를 그대로 두면 곧게 자란 가지가 정부우세성 때문에 집중적으로 더 튼튼하게 자라서 원하는 모양으로 수형을 잡기 어렵다. 우선은, 주 가지를 묶어 주고 1단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2단도 양쪽으로 묶어 준 다음에 필요 없는 가지들을 자른다.


그렇지만, 반드시 위의 순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마다 다른 모양을 가졌기 때문에 작업 순서도 바뀐다. 실상은, 전체적인 나무의 모양을 보고 필요 없는 큰 가지를 자르는 것이 먼저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지치기와 유도작업을 했지만, 가을전정이 중요한 것은 다음 해의 과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잘라내세요. 금방 자라요."


전문가는 늘 말했다. 복숭아 농가들이 가지치기를 할 때는 밭을 바꿔서 한다고 진짜일까 아리송한 말을 했다. 그만큼, 애써서 키운 나무를 잘라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는 잘 키워 놓으셨네요."


가지치기를 조언해 주려고 작업현장에 방문한 전문가는 직접 가위를 들고 우리가 고민하고 있던 가지들을 자르기도 하고, 한 뼘 간격으로 과일이 열릴 가지인 결과지를 남기고 정리해 줘야 한다는 등 작업 방법을 자상하게 알려 줬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는 순식간에 자를 가지와 남길 가지를 판단해서 가위질을 해 나갔다. 전문가가 말하는 '과감하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말이었다.


우리는 무조건 굵은 가지를 아까워서 자르지 못하고 살리려는 입장으로 유인작업을 했는데, 그런 가지들을 모두 잘라내야 한다고 했다. 당장 내년에 열매를 단다는 욕심을 과감하게 버리고, 내년에 나올 새 가지를 키워서 그다음 해에 열매를 열리게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무의 모양도 좋고, 영양이 분산되지 않기 때문에 주가지가 위로 쑥쑥 튼튼하게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문가가 조언해 준 대로 수형을 고쳐서 잡고 보니, 내가 어깨 아프게 묶고 또 묶었던 나무들을 모두 잘라내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한 나무에 반시간씩 토론해 가며, 필요도 없는 나무를 묶는 일을 열흘 넘게 했으니, 이 무참함을 어쩌면 좋을까. 그나마 작업 속도가 느려서 일의 진척이 늦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다음 작업부터는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 실시하는 유인작업인데, 지금이 가장 어렵다. 고개를 쳐들고, 키보다 높은 유인줄에 끈을 걸고 묶는 역할이기 때문에 일을 마치고 나면 온몸이 무겁다. 특히, 어깨와 목 주변이 뭉쳐서 아프다.


유인과 가지치기 작업을 완성한 나무들의 모양을 보니, 그들도 나처럼 많이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것은 하지 마라 등의 이야기들이 유인줄로 제대로 모양을 갖추도록 하는 부모의 일일 터였다.


내가 어렸을 때는 매사에 엄격하신 부모님이시라 행동하나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어려웠지만, 나도 아이들을 키울 때는 이런저런 말들을 해대는 부모였다. 나무들을 대할 때도 부모의 마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