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나무에 청포도처럼 매달려 굵어지던 은행알들이 가을햇살에 익기 시작했다.
은행나무가 잎보다 먼저 열매부터 노랗게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은행나무 아래 평상에서 삼 년을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분명, 작년과 재작년에도 은행나무를 봤었는데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서당개도 삼 년쯤은 귀동냥 눈동냥을 했어야 하나.
바람이 불 때마다 우두둑 우두둑... 은행 열매들이 떨어진다. 길로 떨어진 것들을 바쁜 틈에 겨우 주워서 모아 두었다. 언덕 아래쪽에 훨씬 더 많은 은행알들은 주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길에 떨어진 은행알을 보면 귀한 것들이 땅에서 구르는 것이 아깝다. 한 알 한 알 줍고 있으면 '일하러 와서 이게 또 무슨 짓이야!'라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물에 일주일 정도 담가서 불렸다가 양파망에 넣어 장화를 신고 밟으면 잘 벗겨진다는 친정엄마의 노하우를 실천해 보려고 준비 중이다.
몇 해 전에도 은행알을 주워다가 씻어서 깨끗하게 씻어 하얗고 딱딱한 껍질을 까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었던 경험이 있다. 조금씩 꺼내서 녹으면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프라이팬에 구워 먹으면 귀하고 몸에 좋은 간식이 될 것이다.
항산화작용, 암예방, 노화방지, 고혈압에 좋다는 은행은 약이 될 귀한 몸인데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나무 열매에 매달린 은행알이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다. 샛노란 은행나무에 노을이 지던 지난가을의 풍경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