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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 굼벵이를 찾아라!

by 민휴

블루베리 화분에 정기적으로 물을 주기 때문에 계속해서 풀이 올라오고 있다.


비닐하우스 속에 화분이 있어도 출입구가 네 개나 되어 바깥에서 풀씨가 날아들어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측창과 천창의 방충망으로도 작은 풀씨가 뚫고 날아들 수도 있을지 모른다. 6개월이 넘도록 계속 올라오는 풀을 뽑고 있으려니 드는 생각이다.


화분에 담은 흙 속에 처음부터 풀씨가 담겨 온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이 닿으면서 순차적으로 풀씨가 발아되어 올라오고 있다.


풀을 뽑으면서 화분에 숭숭 구멍이 보이고 흙이 금방 갈아엎어 놓은 것처럼 부드럽고 버글거리면 100% 굼벵이가 있다.


그 화분은 전체 흙을 파서 굼벵이를 찾아야 한다. 최소 15~25마리의 알을 낳는다는 굼벵이다. 풍뎅이는 알을 낳기 좋은 곳을 찾아서 알을 낳는다고 한다.


영양 좋고, 비바람 막아주는 최적의 환경인 우리 비닐하우스 속 화분을 선택한 총명함은 인정하지만, 굼벵이는 블루베리의 실뿌리를 갉아먹고, 움직이면서 다치게도 하기 때문에 나무의 생장에 치명적이다.


풀을 뽑다가 구멍이 있는 화분을 발견하면 작은 쇠스랑으로 가장자리부터 흙을 파헤쳐 굼벵이를 찾아낸다. 나무를 뽑아 들고 손으로 털면 뿌리들 안쪽에서 굼벵이가 툭툭 털어진다.


한 통에서 10~20 마리 가량 나오는데,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흙을 파 낸다.


"출입구 네 군데 모두 방충망을 꼭 설치하세요. 풍뎅이들이 알을 낳아 놓으면, 블루베리 나무 다 죽습니다."


전문가는 비닐하우스를 지을 때부터 조언했었다. 말 떨어지기 무섭게 걱정부터 시작하는 나는 방충망, 방충망 노래를 불렀건만,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성정인 남편은 "두고 보자."는 말로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가 흘린 땀이 발등에 쌓여도 나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흙파기도 힘들고, 굼벵이를 주워 내기도 무섭다. 곁에 서서 "여기", "저기" 이런 신고나 해줄 뿐...


수확 없이 투자만 계속되는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아 매번 하지 않아도 될 생고생을 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 편한 길을 두고 가시밭길을 가려는 고집이 무슨 순교자도 아니고...


"이렇게 몸으로 배우는 거지..."

"그러게, 난 허리가 아파서..."


나의 투덜거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리도 당당하게 말한다. 풀이나 뽑으면 모를까. 흙을 파고 굼벵이 찾는 일은 이런저런 이유로 남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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