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별빛을 찾아서

― 고수리 에세이집 『마음 쓰는 밤』 (창비, 2022)을 읽고

by 민휴

글쓰기를 가르치는 고수리 작가의 네 번째 에세이집이 나왔다. 앞의 세 권(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에서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로 책을 읽는 내내 얼얼하고 따스한 내용에 무척 감동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번 책에서는 글쓰기 강좌를 했던 이야기가 함께 쓰여 있어서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 책, “메타 에세이”다.


얼마 전에 고수리 작가의 추천 도서 이정림의 『수필 쓰기』를 정독했다. 그 책은 수필 쓰기의 백과사전 같았다. 그 책에서 말한 “모범적인 글”의 정수들이 고수리 작가의 『마음 쓰는 밤』이다. 자신의 일상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사유들을 담담하게 풀어쓴 ‘멋지다’고 표현하고 싶은 에세이집이다.


유명 작가들의 문장들을 삽입하며 자신의 글을 펼쳐 나간다. 아마도 부단한 노력으로 책들을 읽고 메모하며 모았을 귀한 문장들을 자기 독자들에게도 알려 주고 싶은 넉넉한 마음이 느껴진다. 어린 쌍둥이의 육아를 전담하면서도 글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짧은 시간이라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기 삶을 글로 써낸 열정이 안쓰럽기도 하고 감동스럽다.



「행방불명의 시간이 필요해」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자 울화가 치밀고 우울해졌다.”,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시간을 만들자. 시간이 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어떻게든 시간을 내려고 애썼다.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시간을 내서 글을 썼다.” 일상에 밀리지 않고, 기어이 자신의 시간을 낼 수 있었던 읽기와 쓰기에 대한 열망이 느껴졌다.

「삶에 별빛을 섞으십시오」에서 “삶에 별빛을 섞자.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별빛을 섞자. 노동과 감각으로 나 자신이 선명하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내 삶의 별빛들. 떠남과 돌아옴, 사랑과 돌봄, 그리고 읽기와 쓰기.”라고 결미에 적고 있다. 『진리의 발견』의 저자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사유를 펼쳐 놓았다. 삶과 글쓰기에서 잊지 않고 깃발처럼 세워두고 실천하고 싶을 만큼 명문장이다.

「까만 위로」에서 『마음 쓰는 밤』에 대해 소개한다. “엄마가 된 어느 작가의 조용한 기쁨과 슬픔, 작은 상실, 까만 위로. 그것들을 잘게 나눠 이어 붙인 긴긴밤의 이야기가 여기에 가지런히 담길 것이다.” 그의 글에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이야기는 작가가 하는데, 위로는 독자가 받는다. 그래서 책을 놓기가 어렵다. 밤새 책을 읽고, 감동이 식기 전에 리뷰를 적는 이유다. 마음에 새기고픈 좋은 글귀에 밑줄을 긋고 모서리를 접는 독서 습관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더 도톰해졌다.

「‘글쓰기’라는 문을 여는 사람들」에서 “내가 알고 있는 글쓰기의 첫 번째 단어는 ‘용기’다. 시도하는 용기, 시작하는 용기, 글쓰기는 좀처럼 쉬워지지 않는다. 낯설고 두렵고 이상하다. 명백히 어렵다. 나라는 사람이 나에게 찾아오는 일과도 같으니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묵직한 일상을 들고서 마주 선 나를 만나보는 일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글쓰기의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가져보라고 응원한다. 끝내는 “쓰는 사람, 오래 쓰는 사람”으로 남자고 말한다.

「진짜 내 이야기를 꺼낼 때면」에서 “글쓰기는 매듭짓기가 아니라 매듭 엮기다. 내 이야기에 내 방식대로 매듭을 엮어보고 다른 이야기로 연결해서 쓰고 묶는다. 그리고 다시, 또다시.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모두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해 연결된 삶이라 생각해본다면, 나는 그것들을 내 방식대로 묶고 엮고 다시 이어갈 수 있다.”라고 적었다.



찬찬하고 자상한 그의 수업방식을 안다. 밤늦도록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쉬지도 않고 열강을 토해내던 열정과 그런 순간에 빛나던 눈동자와 홍조 띤 아름다운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