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꿈을 이룬 사람과 인도 김씨 2대손

― 윤혜숙 장편동화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사계절, 2020)을 읽

by 민휴

다문화는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어린이들의 삶과 생활 속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외국인 이민자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그런 가정의 어린이들이 고통받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김수로는 5학년이다. 아빠가 인도 사람이고 엄마가 한국인인 다문화 가정의 아이다. 학교에서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고 왕따를 당한다. 심지어 사촌인 종수까지도 친척으로 생각해주지 않고 함께 따돌림에 앞장서서 수로를 괴롭힌다. 같은 반에 몇 명의 다문화 가정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은 모두 왕따의 대상이 된다. 친구들은 ‘패밀리가 떴다“라는 게임을 통해 같은 성씨끼리 모이는 게임을 즐겨한다.




담임 선생님은 ’시조 할아버지‘를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내고 각자의 ’시조 할아버지‘에 대해 조사한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수로 아빠는 수로에게 ”인도 김씨 2대손“이라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수로는 담임 선생님이 내주시는 숙제를 해가지 못한다. 같은 반에 태석이라는 똑똑한 친구가 자신은 김해 김 씨인데 가야의 김수로 왕이 인도의 허황옥이라는 공주와 결혼하였기 때문에 김해 김 씨와 김해 허 씨는 서로 친척이기 때문에 결혼도 못한다고 말하면서 수로와 허 씨인 담임 선생님과도 친척이라고 알려 준다. 그동안 왕따를 시키던 친구들은 선생님과 수로가 친척이라는 말을 듣고 술렁인다.




고학년 대상의 동화이기 때문에 친구들 간의 우정이나 좋아하는 마음들이 그려진다. 어린이들의 마음이 잘 묘사되고 있어서 흥미를 더한다. 어린이들의 세계에서도 좋아하는 친구들은 겹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관심에 두기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주인공 김수로와 같은 다문화 가정 아이인 백설희가 나온다. 설희는 엄마가 외국인이시다. 수로 엄마와 설희 아빠는 어릴 적부터 친구다. 설희 아빠도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 그것을 해결하느라 애를 먹는다. 설희네 이야기도 다문화 가정의 어려움을 그려내고 있다. 수로와 설희는 서로 위로하고 함께 한다.




수로의 할아버지는 한옥을 짓는 우두머리인 ‘대목’ 어르신이다. 수로 아빠는 인도에서 오신 분이다.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 실업자가 되었다. 목공을 배우고 싶어서 할아버지가 집 안에 있는 목공방에 출입을 금하셨지만, 목공방에 드나들며 취미로 목공품을 만든다. 한편, 수로의 아빠는 시내의 목공방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목공 일을 배우겠다는 수로 아빠를 절대로 허락하지 않던 할아버지도 수로 아빠의 진심을 알고 목공 일을 배울 수 있도록 허락한다. 가족들은 목공학교와 금강송 군락지로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책을 읽으면서 5학년 아이들의 집요한 고집과 고쳐지지 않는 습관들이 마음이 아팠다. 주인공이 겪고 있는 불편한 상황들을 정말 내가 책 속으로 들어가서 이렇게 저렇게 해결해주고 싶었을 만큼 답답하고 주인공의 사정이 안타까웠다. 그런 상황에서 담임 선생님의 지혜가 놀라웠다.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겪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따끔한 가르침이나 그런 억지스러운 방법으로 이야기를 했다면 과연 반 친구들이 수긍하고 따랐을지 의문이다. 현명한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자신들의 잘못된 생각을 고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자신들이 ‘토종’이라며 다문화 가정 친구들을 놀리고 괴롭히던 어린이들도 여러 이민족들이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이 특별하게 이상하고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 준다.




장편동화이기 때문에 상황설명이나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기막힌 표현들이 많아서 밑줄을 많이 그었다. ‘문짝이 비명을 질렀다’, ‘눈꼬리가 절로 꼬부라졌다’, ‘이건 열두 살 먹도록 나를 괴롭혀 온 고민은 전부 합친 것보다 더 큰 고민거리다.’, ‘왜 후회는 꼭 일이 벌어진 다음에 오는지 모르겠다.’, ‘왜 내 가슴 저 안쪽에 스멀스멀 웃음이 고이는지 모르겠다.’ 등 말하기 식의 글쓰기가 아니라 보여주기 식 글쓰기로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이 그려져서 공감이 더 잘 되었다.


인도김씨김수로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