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 발랄 추억의 말괄량이

―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시공주니어, 2022)을 읽고

by 민휴

스웨덴의 유명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첫 작품으로 알려진 『삐삐 롱스타킹』은 최초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고 한다. 당시의 어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삐삐의 행동들이 ‘버릇없음’이며, 다른 어린이들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어린이들의 자유분방함”을 위해 최전방에서 싸운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자기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 ‘삐삐’ 시리즈로 재탄생되어 온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삐삐 이후의 동화들은 더욱더 자유롭고 통통 튀는 어린이들이 출연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린드그렌이 가장 사랑한 동화였다는 『에밀은 사고뭉치』와 용감한 모험 이야기인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었다. 작가가 얼마나 구체적인 묘사와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며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꽉 찬 따스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삐삐 롱스타킹』도 무한한 애정으로 써낸 이야기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었다.


부모가 없이도 혼자서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삐삐는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나쁜 어른을 혼내주기도 하고, 화재 속에서 용감하게 사람을 구해내기도 한다. 결국은 따듯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 말괄량이 삐삐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눈덩이를 뭉치듯 거짓말 위에 또 다른 거짓말이 겹쳐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삐삐는 허황한 말을 해대서 거짓말쟁이 같다. 작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삐삐의 입을 통해 발화된다.




“학교 가는 것보다 삐삐랑 노는 게 훨씬 재미있었던” 이웃집 토미와 아니카는 그들이 삐삐가 이웃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도대체 무엇을 하며 놀았을까를 생각한다. 글자도 모르고 숫자 계산도 못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무엇인지를 아는 삐삐는 최고의 친구이다. 자신의 생일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주는 마음 넉넉한 친구다.




「우리만의 비밀장소」에서 “그 사람 귀는 어찌나 큰지 망토로 쓸 수도 있었어. 비가 오면 그 사람은 자기 귀 아래로 기어들어 갔는데, 정말 따뜻하고 아늑하대. 당연히 귀는 비를 맞으니까 그렇게 좋지는 않았겠지. 날이 궂으면 그 사람은 친구들을 불러서 자기 귀 아래에서 비를 피하게 해 주었어. 비를 쏟아지는 동안 친구들은 그 사람의 귀 아래에 앉아서 슬픈 노래를 불렀지. 친구들은 귀 때문에 그 사람을 무척 좋아했어.” 끝없이 이어지는 거짓말 같은 상상력이다. 마치 삐삐가 넉넉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품었던 것과 같은 뜻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과회에 데뷔한 꼬마 숙녀」에서 토미와 아니카 집에 초대받은 삐삐는 “너무 믿지 마. 노력은 하겠지만 말이야.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다들 나더러 버릇이 없다고 해.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바다에서는 그런 건 문제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오늘은 너희가 나 때문에 창피당하지 않게 애써 볼게.”라고 말하지만 예상했듯이 삐삐는 다과회에 숙녀처럼 머리를 풀고, 이상한 화장법으로 나름대로 꾸미고 나타난다. 어른들 틈에서 대화에 끼어들고, 케이크를 혼자 다 먹고, 설탕을 마루에 뿌리는 등 좌충우돌 말썽을 일으킨다. 어른들이 가정부를 험담하는 것을 못 참고 내내 끼어들다 면박을 받기도 한다.




얼굴의 주근깨를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말하고, 비 오는 날에 꽃들에게 물을 주는, 글자도 잘 모르고 숫자 계산도 잘 모르면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교양이나 행동들도 ‘선장인 아버지를 따라 배 위에서만 살아서 그래요’라는 식으로 쿨하게 말하면 그만이다. “슬픈 사람 하나 없이 모두가 즐거워”, “난 무엇이든 내 맘대로”라고 노래를 부른다. 이 두 마디는 이 책의 주제가 아닐까. 어른들의 눈에는 다소 어설퍼도 삐삐는 자신만의 생각이 뚜렷이 있다. 어린이들도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 마음대로 하며 살지만, 모두가 즐거운 세상을 꿈꾼다.


바글거리는 개미를 보고 “난 개미들하고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서 같이 앉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 말에게 글씨를 보여주었을 때, “말은 반대하지 않았다.”라고 적고 있다. 동물도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생각한다고 적고 있기 때문에 세상 모든 것들이 삐삐의 친구고 어린이들의 친구이며 어린이들은 동물과도 대화가 가능한 순수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옮긴이는 번역한 소감을 이렇게 적고 있다. “삐삐의 기상천외한 행동과 상상력이 풍부한 거짓말에,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길에, 이따금 보이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놀라고 감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친숙한 삐삐이지만 이렇게 글로 대하니, 그 신나고 통쾌한 이야기를 어린이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새삼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드라마로 삐삐를 만났던 나는 책으로 읽으면서 즐겁게 묘사된 부분들이 많아서 웃음이 참아지지 않았다.




어른들의 생각과는 다른 아이만의 생각으로 펼쳐나가는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이야기. 늘 재미를 찾는 부지런함. 순간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낸다. 힘이 센 삐삐는 어른도 황소도 겁날 것이 없다. 엉뚱 발랄 말괄량이 삐삐! 무엇을 하든지 상상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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