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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Jul 22. 2024

따뜻한 마음을 찾아내는 일

박두순 동시집 『칼의 마음』(청색종이, 2024)을 읽고

세상의 어려움들을 동시로 써서 아이들에게도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알고 생각할 수 있도록 애쓰는 작가가 있다. 날카로운 칼의 번쩍임에서도 곧고 바른 성정을 읽어내는 작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본다.    

  


10년 만에 동시집을 낸다는 작가는 10년 동안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사회적 문제들을 동시로 써 내려간 흔적 앞에서 존경의 마음이 든다.     



가족이나 개인사적인 이야기를 벗어나 더욱 큰 세계관과 넓은 스펙트럼으로 아이들의 마음도 넓고 크게 확장시켜 주는 두툼한 의미를 주는 동시집이었다.  이 책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아이들이 직접 동시집의 삽화를 그렸다는 것이다. 동시를 함께 완성한 들에게도 축하와 찬사를 보낸다. 다음 동시를 보자.



 

로봇이 태어나 보니

사방에 많은 사람이 빙 둘러서 있다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엄마가 없다

엄마, 불러 보고 싶은데

엄마. 울어 보고 싶은데

예쁜 우리 아기라고 불러 주는

엄마가 어디에도 없다

로봇은 슬펐다

평생 시키는 대로 일만 하고

피곤해도 안길 엄마 품이 없다.

                                        ― 「불쌍한 로봇」 전문     




엄마는 세상 모든 사람을 태어나게 했으며, 온갖 정성으로 기른 사람이다. 어느 누구라도 엄마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할 것이다. 새로 태어난 것들은 축복받아야하고, 힘들고 어려울 때나 기쁘고 행복할 때, 엄마를 떠올릴 것이다. 로봇은 그래서 슬픈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근원적 슬픔이다. 하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한 로봇의 아픔까지도 따뜻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가의 눈과 마음이 있으니… 이 작품 이외에도 엄마에 관한 동시들을 만날 수 있다.      





로봇, 전쟁, 기아, 지진, 산불 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동시들이 많다. 어른들의 문제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생각의 층위를 넓고 깊게 가져야 한다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동시들이다.


    

미소, 꽃, 나, 가족 등 나와 가장 가까운 이야기도 있고, 새, 산, 물, 바다 등 자연을, 달과 별과 우주까지 관찰하고 동심을 찾은 시들도 많다. 작가가 더욱 크고 따뜻한 사람으로 다가온다. 자연은 우리 삶과 공존하는 소재이고 삶 자체이기에 아이들도 느끼고 알아야 할 마음들이다.  다음 동시를 보자.

  



하늘은

달을 불러다 놓고

빛을 비추게 하며, 보라고 합니다

얼마나 은은한가, 보라고 합니다

그것도 날마다 보면 지루하다고

보름씩만 보여 줍니다

크기도 같으면 지루하다고

반으로 줄였다, 둥그렇게 부풀렸다 합니다

없애기도 하고요.

그래야 하늘도 지루하지 않답니다

하늘도 사람도

지루한 건 싫은가 봅니다.

                                 ― 「지루하지 않게」 전문     




온몸이 생동하여 호기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저절로 움찔거리는 아이들에게 지루함이란 참을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달의 원리를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뜨고 지고, 커졌다가 줄어든다고 하는 동심이 정말 기발해서 아이들도 크게 공감할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 왔다, 꽃편지

들의 조그만 민들레꽃     

가장 큰

들 편지지에     

가장 작은

꽃 편지,     

들길이 읽는데

내 마음이 다 젖었다.

                           ― 「편지」 전문     




꽃을 보고 편지로 읽는 마음,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꽃편지를 읽고 마음이 젖어드는 감정이야말로 순수한 동심이라고 생각되어 감동이었다. 마음이 젖는다는 의미를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가슴 아픈 사회현상을 외면하지 않는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가 느껴진다. 자연에서 우주에서 동심을 발견하고 어린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넉넉하고 따스한 마음이 읽혀 더욱 정감이 간다.


     

동시를 쓰는 마음과 자세가 세상의 이치에서, 만물에서 따뜻함을 찾아내는 일이 아닐까? 그 따뜻한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을 연결해 주는 일이 아닐까를 생각하게 하는 61편의 동시들로 채워진 의미 있는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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