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속수무책

김경후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2).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속수무책


김경후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 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 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 마음을 붙잡은 문장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세상을 이만큼 살아보니, 대책이 없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있는 것도 대책이고, 강태공처럼 낚시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을 수도 있으며, 독서를 하면서 자신을 연마하는 작가의 대책도 썩 마음에 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