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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안미옥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7).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캔들


안미옥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난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 마음을 붙잡은 문장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번지르르한 얼굴,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줄줄 내뱉는 말. 진실은 무엇인가? 전세계로 생중계되었던 사실을.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몇 사람만 아니라고 떠들면 그것이 진실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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