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한 편 (8).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고요한 싸움
박연준
버드나무 아래서 기다래지는 생각
버드나무는 기다리는 사람이
타는 그네
참새 무덤을 만든 사내가
죽음으로부터 멀어지고
새가 되려다 실패한 고양이의 눈 속엔
비밀이 싹튼다
허방과 실패로부터 도망가는
지네의 붉은 등
소문이 무성해지는 힘으로 봄은 푸르고
변심을 위해 반짝이는 잎사귀들이
버드나무를 무겁게 누르는 오후
여름은 승리가 아니다
흔들리는 것은 죽은 참새와 그네 위
기다래지는,
생각
버티어야 할 것은
버틸 수 없는 것들의 등에 기대어
살기도 한다
* 마음을 붙잡은 문장
새가 되려다 실패한 고양이의 눈 속엔 비밀이 싹튼다
(자신이 본성과 본위를 잃고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세상을 살면서 공짜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모든 것은 나의 노력으로 쌓아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언감생심 고양이가 어찌 새가 되겠는가? 실패한 후에도 비밀을 만드는 것, 어리석음은 참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