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키아 훌라 장편 동화 『화장실 몬스터』(라임, 2014)를 읽고
사스키아 훌라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동화를 쓰고 있다. 건망증이 심한 아이들과 날뛰는 몬스터, 외로운 양들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쓴다. 지은 책으로 《세상에서 제일 멋진 학교》 《책 읽기 싫어하는 게으름쟁이》 《크리스마스트리 건들지 마!》 《아기와 강아지 바꾸기》 《빨간소파 위의 사자》 외 다수가 있다. - 작가소개에서
『화장실 몬스터』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반다는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갔다가 옆 칸에 있는 큰 구두와 검정 양말, 검정 바짓단까지 발견하고 친구 페데리카에게 말한다. 페데리카도 화장실에 가서 그를 보게 된다. 쉬는 시간에 구두 신은 사람은 사라지고 붉은 발자국만 남아 있다.
다음 시간에 여자 화장실에 다녀온 남자아이들은 화장실에서 피 묻은 칼을 봤다고 한다. 소문이 퍼져서 화장실에 갈 때는 꼭 세 사람이 되어야 함께 갈 수 있게 된다.
반다는 학교 화장실이 춥고 지저분하다고 장학사에게 편지까지 썼지만, 아무런 연락도 못 받았다. 학교 화장실이 무서워서 학교 앞 카페 화장실에 간 반다는 깨끗하고 따뜻하고 보드라운 화장실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편지 생각이 난다.
몽타주를 그리기로 한 반다와 페데리카는 검정 구두와 검정 양말과 검정 바지를 입은 그림을 300장 복사한다. 윗부분만 그릴 수 있도록 한다. 친구들은 화장실 몬스터의 윗부분을 상상하여 그린다. 온갖 무서운 모습을 상상하며 몬스터를 그린다. 복도와 교실 문에 몽타주를 붙인다. 학교는 어디나 몬스터의 모습 때문에 무서운 공간으로 변한다.
반다와 친구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체육관에 모인다. 못 방석, 못 우물, 개, CCTV, 끈끈이 등 모둠을 정해서 모둠별로 해결책을 실행한다. 아이들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학교 수업도 빼먹고 점심시간에도 집에 가지 않자, 선생님도 부모들도 체육관으로 아이들을 찾으러 온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일을 멈출 수 없다.
교장 선생님은 손님을 소개한다. 그 사람은 검정 구두를 사고 검정 양복을 입은 사람이다. 반다가 보낸 편지를 받은 장학사는 화장실을 칸 칸마다 들어가 점검하고 있었다. 학교 화장실은 방학 동안 수리하기로 한다. 화장실을 보드랍게 만드는 일은 카페 아줌마와 학생들이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다음부터는 선생님과 함께 하자고 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해 이야기를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화장실에 그 존재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아서 두려움은 증폭된다. 아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괴물이 있다는 확신이 생기고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몰아내야 할 몬스터가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존재가 어른들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어떤 어른이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의 문제를 아이다운 방법으로 아이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동화의 법칙에 충실한 내용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에게도 화장실 몬스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어른들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섭다는 이유로 어른한테 미루고 도망칠 수도 있었는데 반다와 친구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는다. 아이의 편지를 무시하지 않고 조사를 나온 장학사의 관심과 책임감이 어른으로서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 안심된다.
연대의 힘. 어린아이들이지만, 무언가를 위해 함께 지혜를 짜낸다. 그러한 적극적인 행동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힘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동화였다.
장학사에게 편지를 보낸 일, 선생님들이 소극적이라는 것, 모둠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등 앞부분에서 슬쩍슬쩍 뒷이야기를 암시해 주고 복선을 깔아주며 이야기를 엮는 작법이 보였다. 글쓰기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신 이유를 알 것 같아서 감사함이 더욱 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