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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마음으로 쓴 동시

― 고윤자 동시집 『배짱도 좋다』 (아동문예, 2020)을 읽고

by 민휴

전북 군산에서 나고 자랐다. 2000년 《문예운동》에 시 신인상, 2017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에 첫 동시집 『배짱도 좋다』가 ‘한국동시문학회 올해의 좋은 동시집’으로 선정되었던 고윤자 작가의 두 번째 동시집 『우주의 말』이 출간되었다. 『우주의 말』은 새싹회에서 ‘화제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2016년에는 천강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우수상, 2021년에는 광주·전남 아동문학상을 받은 베테랑 작가다.




[시인의 말]에서

“아이들이 좋아서 동시를 썼고, 아이들이 좋아서 동요를 지어 노래 불렀습니다. 내가 쓴 동시들은 그 모든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었던 거죠.” 그런데 책을 펴내면서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내게는 크나큰 선물이었다고 고백한다.




낮달


배짱도

좋다.


해는

밤에

한 번도

놀러 오지 않는데


달은

낮에도

가끔가끔

놀러 나온다.

― 「낮달」 전문




낮에 뜨는 달을 달의 공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배짱도 좋다”라고 말한다. 동시처럼 해는 밤에 놀러 갈 수 없는데, 달은 낮에도 놀러 오니 정말 배짱도 좋다는 말이 맞다. 낮에 만나는 달에게 반갑다고 말하며 배짱도 좋다고 칭찬을 해주는 것 같다.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늘 칭찬을 잘해 주었던 선생님의 면모가 보인다.


배짱도 좋다2.jpg


의미 깊은 시들이 많다. 나눔을 이야기하는 ‘맨발’, 응원하는 마음이 담긴 시옷, 눈꽃은 나무를 틔우는 물씨가 되고, 새싹에 우산을 씌워주는 마음, 할머니를 도와드리다 지각하는 아이, 세상에서 제일 이쁜 꽃 등 수많은 시가 그냥 재미로 쓴 시들이 아니라 좋은 뜻이 숨겨진 시들이다. 아니, 좋은 뜻을 읽어 낸 시들이다.




마중별


초저녁

서쪽 하늘에서

반짝반짝 길마중 하는

샛별


꼬마별,

토끼별, 염소별……

무서울까 봐,

길 잃을까 봐,

― 「마중별」 전문




가장 먼저 뜨는 샛별도 다른 별들을 마중하는 착한 별로 해석한다. 그의 이번 동시집의 대부분의 시에서 모든 사물을 선한 마음으로, 선한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동시로 읽힌다. 자연은 그대로 있는데 작가가 의미를 부여하여 들려주니 선한 뜻이 숨어 있는 자연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겨 난다.




톡톡 튀는 감성의 시들은 작가의 밝고 환한 특성을 닮았다. 늘 주위 사람들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주는 시인이다. 항상 웃는 얼굴로 화내는 법이 없는 작가의 모습은 마음속에 거름망 같은 것이 있어서 좋지 않은 마음을 걸러내고 좋은 마음들만 보여주는 것 같다. 아니, 작가는 아예 나쁜 마음이 생겨나지 않는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짱도 좋다3.jpg


[감상을 돕는 글]에서 동시인이며 아동문학평론가인 이정석 선생님은 “배려심을 길러주고, 웃음과 여유를 주는 동시들”이라는 제목으로 설명글을 쓰셨다.


‘고윤자 시인의 동시 특성 네 가지’라는 소제목에서

1. 남의 처지를 공감하고 배려하며, 남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강조하는 작품

2.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일어난 평범한 현상에 대하여 뒤집어 바라보기 등 참신한 생각의 작품.

3. 동심 속에서 건져낸 웃음과 여유를 보인 작품

4. 주제 의식과 서정성이 강한 작품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어린이들과 함께한 작가이기에 아이를 사랑하고, 어린이들을 믿는 마음이 담긴 시들이 많다. 또한 자연에 관심이 많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시들이 많다. 나무, 숲, 비, 하늘, 달, 계절, 새 등을 평소에 알던 것과 다른 시선으로 좋은 마음으로 해석한 시들은 독자들의 마음마저 맑고 선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귀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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