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솔직함, 문화를 설계하다.
리더들에게 직원들과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있는지 물어보면,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원온원 같은 자리가 아닌 이상 자발적으로 먼저 찾아와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대답을 한다.
크게 이상하지도 않은 것이, 시대적인 특징도 있고 각 리더들마다의 사정도 있겠지만
누가 자신의 리더와 자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물론 좋은 리더들도 많이 있다 내가 경험했던 리더분도 포함해서^^)
"항상 이야기하지만 제 시간의 우선순위는 여러분이 1순위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이 요청하는 시간에 응하지 않은 적이 있던 가요? 제 방문은 항상 열려 있답니다.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많은 리더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리더의 방문을 두드리는 직원은 드물다.
상황이 계속되면 리더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하게 된다.
"우리 팀은 별문제가 없나 보구나..." "우리 회사는 큰 문제가 없나 보구나...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보니."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경우이다.
위험한 생각은 바로 책임을 전적으로 구성원에게 떠넘기는 행위이다.
"왜 이렇게 다들 수동적일까? 나는 이렇게 준비되어 있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네.. 너무들 하네.."
이는 리더가 빠지기 쉬운 가장 큰 착각이다.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있으니, 네가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어라는 무언의 압력일 뿐이다.
결정적 순간: 리더의 첫 10초가 문화를 결정한다
리더가 편한 구성원이 있을까? 그들은 리더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괜히 말했다가 부정적인 사람으로 찍히지 않을까?'를 본능적으로 계산한다.
이러한 방어적인 태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용기를 내어 이야기한 불편한 진실에 대한 리더의 첫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누군가가 용기 내어 조직 안의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가정해 보자.
"팀장님 이 문제는 바로 A부서 때문입니다. 현업부서들의 불만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첫 10초 반응이 앞으로의 10년의 문화를 결정한다고 생각할 만큼 이지점에서 리더의 반응은 매우 중요하다.
이때 리더가 보이는 최악의 반응, 즉 '보상'보다는 '처벌'에 가까운 반응 아래와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 최악의 반응 (처벌): 솔직함을 질식시키는 세 가지 독약
1. 방어
"지금까지 다 그렇게 해왔는데 큰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어요."
"지금은 방법이 없답니다. 당분간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이 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아래와 같다.
"당신의 의견은 내 과거의 결정을 비판하는 말이군요."
"나는 이 변화가 불편하고, 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느껴집니다."
구성원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팀장님은 문제 해결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내 의견은 '개선 제안'이 아니라 '팀장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졌구나
결국 이 반응은 즉각적으로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다. 리더가 자신의 과거를 방어하기 시작하는 순간, 대화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십이 아니라, '누가 옳은지'를 따지는 법정 다툼이 되어버린다. 구성원은 '아, 이 리더에게는 현상 유지를 거스르는 말을 해선 안 되겠구나'라고 학습하게 될 것이다. 혁신은 그 자리에서 질식한다.
2. 무시
"네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는데, 우선 급한 것부터 먼저 진행합시다."
"네 말해준 부분 저도 알고 있답니다. 그 부분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 나누죠"
어떻게 보면 별문제 없이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이 말들은 상대방에게 '처벌'의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아래와 같다.
"당신의 의견은 지금 이 회의를 잠시 멈출 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구성원이 받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내 목소리는 가치가 없다.
나는 이 조직에서 무시당해도 되는 존재다.
무시는 '방어'보다 더 나쁜, '소극적 공격'의 형태이다. 최소한 방어는 그 의견을 '위협'으로라도 인식했다는 뜻이지만, 무시는 그 의견에 '존재 가치'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구성원은 자신의 용기를 정면으로 짓밟았다고 느끼게 되고. 깊은 모멸감을 느끼며, 점점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지 않기로 다짐하게 된다. "내 문은 열려있다"는 리더의 말이 얼마나 공허한 거짓말이었는지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3. 비난 및 전가
"그래서 대안은 있고요?"
"책임질 수 있으세요?"
보통 이런 말을 할 때를 떠올려보면 미간을 찌푸리거나,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더의 속마음은 간단하다.
"문제를 제기했으면 네가 해결책까지 가져왔어야지."
"골치 아픈 일 만드는 군."
"어디 한번 얼마나 대단한 대안을 가졌는지 들어보자."
결국 구성원은 "문제 제기는 '처벌'받는 위험한 행동이다.", "대안을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면 입을 다물고 있어라" 라는 메시지로 인식을 하게 된다. 이것은 솔직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다. 리더는 문제를 발견한 사람을 '조직을 구한 영웅'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범인'으로 취급한다. 특히 (한숨, 미간 찌푸림) 같은 '비언어적 처벌'은 말보다 더 강력하다.
구성원은 즉각적으로 '아, 내가 선을 넘었구나'라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대안은 있고요?"라는 질문은 이 공포를 확인 사살하는 덫이다. 이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제안이 아니라, "대안 없으면 비판도 하지 마"라는 협박이다. 이 순간 조직의 '조기 경보 시스템'은 완벽하게 망가지게 된다.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구성원들이 반응하겠는가?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리더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특히 작은 표정과 행동과 같은 비언어적인 부분들이 더욱 긴장감을 높이고
신경 쓰이게 만드는 경우가 현장에서는 매우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리더들이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자신의 조직 안에 '솔직함'이라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처벌'이 조직의 조기 경보 시스템을 파괴하는 바이러스라면, 지금부터 설명할 '보상'은 그 시스템을 강화하고 스스로 발전하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이다. 지금까지 리더역할을 하면서 주변을 관찰하며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솔직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을 몇 가지 소개한다.
▣ 최고의 반응 (보상): 침묵의 문화를 깨는 3단계 백신
1. 의견을 말하면 공개적으로 감사를 전하자. "그 이야기 꺼내줘서 고맙습니다."
누구 하나 먼저 말하는 사람이 없는 회의시간. 누군가의 발언 후 반응을 살핀 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회의분위기일 것이다. 적막을 깨는 최초의 사람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는데 돌아오는 것이 위의 '처벌'에 가까운 반응이라면 공격받았다는 생각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용기를 보여준 사람에게 '감사'를 선택하는 순간
조직 안의 암묵적 규칙이 바뀔 수 있게 된다.
이는 이야기를 꺼낸 특정한 한 직원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고, 함께 지켜보고 있는 다른 모든 구성원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문화적 신호다.
문제를 제기하면 공격받는다(x) -> 문제를 제기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o)
이는 의견의 내용과 발언하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분리한 것이다. 용기 있게 말해준 행동 자체는 100% 옳고 가치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저런 이야기를 해도 안전하는구나'라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2. 호기심으로 경청하라: "방어"가 아닌 "이해"를 목적으로 질문하라.
'처벌'하는 리더는 의견을 듣는 순간 '반박할 논리'를 찾지만,
'보상'하는 리더는 '이해할 정보'를 찾는다.
리더는 자신의 방어 본능을 억누르고, 순수한 호기심을 장착해야 한다.
어느 회의시간 다른 날처럼 조직내부 이슈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직원들의 의견과 객관적인 데이터들을 설명하던 도중,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화를 끊어가며 해당 사항에 대해 하나하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부서하고 이야기 나눴죠? 누구하고 이야기 나눈 거죠? 그쪽 부서와 이야기하면 정확한 내용을 듣지 못할 겁니다."
이런 경우 보고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거나, 아니면 자료에 담긴 보고자의 의견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질문은 이해를 목적으로 "이 사람이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이 '공격'이 아니라 가치 있는 정보로 다뤄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전달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왜(why)"라고 묻는 대신"무엇(what)"을 묻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두 가지가 보여주는 차이는 명확하다.
" 왜 요즘 업무처리에 실수가 많아진 거야?"
" 무엇이 업무처리 할 때 실수를 하게 만드는 것 같아?"
'Why(왜)'는 종종 '비난'과 '방어'를 낳지만,
'What(무엇이)'은 '탐색'과 '해결책'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질문은 대화의 연속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잘못된 질문들이 사용되면, 상대방은 질책당하는 느낌을 받게 되어, 결국엔 "팀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라며 상대방이 정해둔 답이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며 대답할 것이다.
"왜?"라고 묻는 대신 "어떤 점에서?" 혹은 "좀 더 자세히"라고 요청하는 것은, 상대방을 심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맥락을 공유해 달라고 정중히 초대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리더는 구성원이 방어벽을 풀고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만들 수 있다.
3. 행동으로 증명하라: '효능감'을 선물하라.
이것은 '솔직함'이 작동될 수 있게 만드는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추이다. 만약 리더가 1, 2번처럼 감사하고 경청한 뒤,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그 사안을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구성원은 '우리 리더는 말만 번지르르할 뿐, 결국 바뀌는 건 없구나'라고 학습한다.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바꿀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억하고 피드백해 주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의견이 모두 수용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의견이 수용되거나 수용이 되지 못하게 될 경우 그 이유를 정확하게 듣고 싶은 것이다.
리더는 피드백을 통해 '정보'와 '맥락'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이것은 '거절'이 아니라 '존중의 증거'이다. 구성원은 자신의 의견이 무시된 것이 아니라 비록 내 의견이 채택되지 않았더라도, 리더가 투명하게 이유를 설명해 줬기 때문에 신뢰는 깨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에는 더 나은 의견을 내야지'라는 건강한 동기부여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내 말은 무시되지 않는다."
"내 말 한마디가 실제로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구성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 즉 '효능감'을 선물하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실제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경험은 구성원을 방관자에서 '주인'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리더의 역할은 정답을 제시하는 '해결사'가 아니다. 팀원들이 가진 수많은 정답 조각들이 안전하게 테이블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지대'를 설계하는 '문화 엔지니어'이다.
"내 문은 열려있다"라고 말하며 용기 있는 직원을 기다리지 마라. 지금 당장 회의실에서, 1:1 미팅에서 먼저 물어보자.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대답에 진심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보상'해보자.
솔직한 문화는 '기다리는' 문화가 아니라 '찾아가는' 문화다. 리더는 문을 열어두는 것을 넘어, 문밖으로 걸어 나가 비판과 의견을 '요청'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