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솔직함, 문화를 설계하다
우리는 흔히 구성원이 솔직하지 못한 이유를 '두려움'이나 '학습된 무기력'에서 찾곤 한다.
"말해봤자 제대로 된 대안도 없으면 혼나니까"
"괜히 말했다가 앞으로 계속 찍힐까 봐"
"어차피 말해도 바뀌지도 않으니까"
물론 다 맞는 말이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대로 리더가 '보상'이 아닌'처벌'을 내린다면 팀원들은 당연히 입을 닫는다. 하지만 2025년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 사무실에는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더 냉철하며, 더 광범위한 침묵의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한마디로 솔직함의 '가성비'가 맞지 않아서이다.
그것은 바로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럴 이유가 없어서'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솔직함을 통해 내가 얻는 이득(Benefit)보다 내가 치러야 할 비용(Cost)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팀원들은 매 순간 머릿속으로 '솔직함의 손익계산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이 계산서의 답은 언제나 명확하게 '적자'를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조직에서의 '솔직함'은 '일'을 만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냥 일을 벌이고 싶지 않고 적당히 하고 싶은" 마음이 그 본질이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인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상상해 보자. 당신이 회의 시간에 용기를 냈다고 치자.
"팀장님, 새로 도입한 A 프로세스는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B 단계에서 불필요한 시간이 낭비됩니다."
이 말을 들은 리더가 "좋은 지적입니다!"라고 감사를 표한 뒤,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아, 그래요? 김 대리가 그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것 같으니, 개선안 좀 만들어서 다음 주까지 보고해 줄래요?"
이것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다. 침묵은 '현상 유지'와 '안전한 퇴근'을 의미하지만, 솔직함은 '갈등', '책임', 그리고 '야근'의 시작이다.
솔직함의 '비용'은 이처럼 즉각적이고 확실하다.
물리적 비용: 추가 업무, 보고서 작성, 야근.
심리적 비용: "쟤는 왜 저렇게 유난이야?"라는 동료들의 눈총, 리더와의 불편한 대화.
우리는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나의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내가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나도 빈약하다. '조직이 바뀐다'는 거대한 명분은 당장 내 통장에 찍히지 않는다.
"조직에서 인정해 준다"는 리더의 '고맙다'의 말 한마디 정도? 연말 고과에 0.5점 정도 반영될까?
결과적으로 나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더 냉정하게 보자. 나의 월급은 '솔직함'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침묵'에 대한 보상일 때가 많다. 정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불평 없이 처리하면 월급은 안전하게 나오니까 말이다.
결국 이 계산서의 답은 명확하다.
[솔직함의 비용 (확실함/즉각적/높음)] > [솔직함의 이득 (불확실/지연됨/낮음)]
솔직함은 '가성비'가 맞지 않는다. 이것은 '남는 장사'가 아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게" 오히려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시대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금, '조직의 성공'이라는 불확실한 목표를 위해 '나의 확실한 손해'를 감수할 만큼, 조직과 개인의 신뢰는 두텁지 않다.
이 글을 읽는 리더들 중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요즘 직원들은 너무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것 아닌가?"
"회사가 잘 되어야 다 월급도 나오고 내 자리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이지"
이것은 구성원의 이기심이나 냉소주의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리더와 조직이 솔직함의 가치를 제대로 '보상'하고 있지 못하다"는 가장 강력하고 솔직한 '신호'이다.
우리가 말하지 않는 이유는 비겁해서가 아니라, 그 침묵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리더와 조직은 이 '합리적 계산' 자체를 뒤바꿀 답을 내놓아야 한다.
리더가 '고맙다'라고 말로 '보상'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의 '솔직한 기여'가 개인에게 '확실한 이득'이 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계산기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리기 위해, 나는 내가 겪었던 아쉬웠던 순간들, 그리고 왜 이렇게는 말해줄 수 없을까? 했던 경험을 생각해 보며 직접 팀원들에게 접근해 보았다. 신기하게도 팀원들은 물질적인 보상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1. '권한'으로 보상하라: "당신에게 이 일의 결정권을 주겠습니다."
구성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추가 업무'라는 비용을, '권한 위임'이라는 강력한 이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결정권'을 줘야 한다.
아주 예전의 일이다. 팀장님은 내가 제시한 의견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셨고, 이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도 지급되도록 해주셨다. 함께 진행하며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진행된 프로젝트였지만, 모든 과정에 있어 팀장님이 간섭하며 리딩을 하시기 시작하면서, 내가 느꼈던 점은 결국 누구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좋은 의견을 줬으니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라고 팀장님은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나는 이런 개입을 겪으니 이후부터는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나는 팀원 스스로가 의견을 제시하고 일을 진행하게 되면, 결정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맡기는 편이다. 특히 성장의 욕구가 크고 자신의 커리어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들과 일하면서 자신이 제시한 의견에 대해 스스로가 직접 결과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그들의 이력서에 의미 있는 경력 한 줄을 넣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기에 큰 문제가 없다면 전권을 위임했다.
이것은 '비용'이었던 추가 업무를, '자율성'과 '주도성'이라는 가장 강력한 '보상'으로 바꾸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구성원은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결정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2. '기회'로 보상하라: "이 성과를 공식적인 '당신의 것'으로 만들겠습니다."
'애매한 인정'이라는 불확실한 이득을, '가시적인 기회'라는 확실한 이득으로 바꿔야 한다. 조직에서의 인정은 더 높은 리더들에게 '보이게' 만들어야 현실이 된다.
"다음 주 임원 회의에 이 안건을 내가 보고하지 않고, 김 대리가 직접 발표하면 어떨까? 이 성과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고 김 대리이고 김 대리 생각에서 출발했기에 아마 나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솔직히 처음 팀장님께 전달받았을 때 두 손 두 발 다 들고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시는 것 또한 쉽지 않기에, 다시 한번 진행했던 업무들을 정리하며 열심히 준비했었다.
분명 이 기회를 통해 난 임원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고, 이후의 회사생활에 많은 이득을 보았다.
난 담당자들이 본인의 성과를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마련하고 있다. 전사적으로 해당 업무 성과를 이야기 기할 기회가 있다면 그들을 자리에 세워주며, 자리를 높여주고자 한다.
더 높은 리더 앞에서의 발표 기회, 그리고 내 '성과 시트'에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한 줄은, '솔직함'이 나의 '커리어'에 직접적인 이득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보상이다.
3. '자원'으로 보상하라: "이 일을 위해 '무엇을' 빼줄까요?"
'추가 업무'라는 물리적 비용을, '자원 재분배'를 통해 적극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현실적인 보상은 '추가'가 아니라 '교환'이다.
예전부터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문제인식 이후 진행되어야 할 과제가 정해진 순간 일을 맡는 것 까지야 이해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업무의 양을 전혀 고려해 주지 않고 일정이 진행되는 부분이었다.
중간에 업무를 재조정해 주었다면, 급하지 않은 과제들은 잠시 미뤄두고 중요한 과제에 더 집중해서 결과물의 질을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당장 급한 일이 아니라면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일'을 주는 대신 '기존의 일'을 빼주거나, '혼자'가 아닌 '팀'을 붙여주는 것은, "나는 이 문제 해결에 진심이며, 당신의 솔직함을 조직의 자원을 투자할 만큼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가장 확실하고 '눈에 보이' 보상이다.
솔직함이 곧 성과다
리더가 이처럼 '권한', '기회', '자원'이라는 현실적인 보상을 통해 솔직함의 '가성비'를 확실하게 높여줄 때, 구성원들은 비로소 침묵이 아닌 '솔직함'을 자신에게 가장 '합리적'이고 '이득이 되는' 선택지로 여기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