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회사를 연기하는가, 위대한 문제를 공유하는가

Part 3. 솔직함, 문화를 설계하다

by Motivator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사 타운홀 미팅 시간. CEO가 직원들 앞에 나와 밝은 표정으로 준비한 슬라이드를 넘긴다.

"여러분, 우리는 1분기에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신규 사업은 120% 성장했고, 신제품도 성공적으로 론칭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컨퍼런츠 참여를 통해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곳에서 우리에게 제안이 왔습니다. 다 같이 박수한번 칠까요?"


타운홀은 정기적으로 소통을 하자고, 회사가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만든 시간이다.

하지만 정작 조직은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잘한 일'들만 쭉 나열하기 일쑤이다. 객석에 앉은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보거나 딴생각을 하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보자"며 잠시 귀를 기울이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게 된다.


"지금 저 이야기를 할 때 인가?"


직원들은 '진짜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은 애초에 목표치를 낮춰서 120%를 달성한 것이고, 신제품은 치명적인 버그를 잡지 못한 채 출시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CS팀이 불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컨퍼런스 준비하면서 부서 간의 불협과 갈등도 많았기에 이미 회사 안에는 이런저런 말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연기하는 '완벽한 회사'와 구성원이 겪는 '현실' 사이의 이 거대한 괴리감. 이것이 조직의 냉소를 만들고 솔직함을 가로막고 있는 첫 번째 단추이다.


예전에 겪었던 일이다. 회사 안의 문제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지나치게 한 팀에 과중되고 있는 권한 때문에 팀과 팀사이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이 보여도, 실제 일을 하면서 겪고 있는 실무자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갈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회사는 점점 성장해나가고 있는 지금의 시기, 전사가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조직차원의 메시지를 통해 내부의 결속력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실수와 놓치고 있었던 것에 모두가 집중할 수 있도록 중요한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회사는 현 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반성하고,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마음을 열어야 했다.


이 순간 조직과 나의 생각은 조금 차이가 있었다.

조직은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성과를 어필하자고 이야기했다. 직원들이 더 동기 부여될 수 있도록,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반감을 갖고 반대하였다.

직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난 분명했다. 회사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실수했던 부분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솔직하게 시작해야 직원들이 들어줄 것이다는 이야기이다.


당시 ceo는 우려되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과연 마지막에 직원들의 머릿속에 남는 단어가 무엇일까요? 부족함, 실수 이런 것 밖에 남는 것이 없지 않을까요?"

ceo는 잘 되고 있는데 왜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해서 직원들의 사기를 낮출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었다. 직원들을 더욱 회사에 애착을 갖게 만들어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실수'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낮출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였다.


과연 회사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직원들의 사기를 낮추는 일일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지금까지 조직개발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회사차원에서의 메시지를 할 때 우리가 직시하지 못했던 부분의 이야기를 꺼낼 때 직원들은 회사의 이야기에 집중해 줬다.

왜일까? 드디어 회사가 '우리가 겪는 진짜 현실'을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신제품은 버그를 다 잡지 못해 많은 분이 고생하셨습니다. 회사차원에서 사과드립니다."

이 한마디가 '자기 자랑'만 하던 마이크를 끄고, '공감'하는 마이크를 켜는 스위치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왜 이토록 '좋은 소식'만 포장하려 할까? 우선 위에서도 설명했던 대로 바로 '두려움' 때문이다. 실패를 인정하면 조직차원에서의 통제력을 잃을까 봐, 구성원의 사기가 저하될까 봐, 그리고 결국 "우리 회사는 문제투성이"라는 부정적인 낙인만 기억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실제 타운홀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우리 회사가 좋은 회사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 아니 회사 자랑만 하는 시간이면 뭐 하러 이렇게 사람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는데 지금 회사평판 포털에서는 다 돌고 도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 건가요?"


실제 예전 직원이 나에게 전해 준 말이었다.


만약 CEO가 이렇게 타운홀 미팅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여러분, 1분기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신제품은 버그를 다 잡지 못한 채 출시되어 많은 분이 고생하셨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필요한 야근과 스트레스에 대해 회사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 순간, 스마트폰을 보던 모든 직원이 고개를 들 것이다. 왜일까? 드디어 회사가 '우리의 현실'을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들을 자격'을 얻은 것이다.


직원들은 회사가 실패를 인정했다고 해서 조직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현실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그것을 감출 때, '이 조직은 가망이 없다'라고 생각하며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또한 조직이 '완벽한 회사'를 연기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무엇에 동기부여되는지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이직이 잦은 사람은 별로"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요즘 인재들은 '애사심'으로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일한다. 조직 안에서 상위 직책으로 이동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들에게 회사는 '가족'이 아니라, '경유지'이다. 내 성장의 시계가 멈추면, 즉 내가 원하는 경험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떠나는 것이 당연한 시대이다.


그렇다면 금방이라도 떠날 것 같은 사람들을 움직이고 붙잡아 두는 힘은 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풀어볼 만한 '훌륭한 문제'이다.


이 지점에서 조직은 가장 치명적이고 모순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최고의 인재들은 '훌륭한 문제'를 찾아다니는데, 회사는 '훌륭한 회사'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들의 가장 매력적인 자산인 '문제'를 필사적으로 감춘다.

타운홀 미팅에서 "우리에게는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완벽함'을 연기하는 CEO는, 최고의 인재들에게

"여기에는 당신이 풀 만한 문제가 없습니다. 당신의 시계는 여기서 멈출 것입니다. 떠나세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조직 단위의 '솔직함'은 단순히 실패를 인정하는 '사과'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조직의 '가장 매력적인 문제'를 인재들에게 공개적으로 '피칭(Pitching)'하는, 가장 강력한 '채용 전략'이자 '동기부여 전략'이다.

인재들은 '완벽한 회사'가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위대한 문제'를 가진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우리 회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에게는 신제품의 버그를 잡고 시장 점유율을 뒤집어야 하는 '이런 훌륭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풀고 당신의 커리어에 한 줄을 더할 사람, 누구입니까?"


이 솔직한 '문제 공유'야말로, 침묵하던 구성원들을 움직이고 외부의 인재들을 끌어당기는 조직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자랑'을 멈추고 '문제'를 공유할 때, 비로소 조직의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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