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솔직함' 문화를 설계하다.
팀 회의 시간, 입사 3년 차 박 대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신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팀장은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너무 장황해. 현실성도 없고, 우리 팀 방향이랑도 전혀 맞지 않는 것 같고. 뭔가 목적이 뭔지 잘 모르겠어.."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팀장은 항상 피드백을 마친 후
"내가 뒤끝 없이 솔직한 게 장점인 거 알지? "
라고 덧붙였지만, 그 말을 듣는 박 대리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날 이후, 회의실에서 박 대리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눈에 띄게 줄었다.
우리 주변에는 '솔직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위의 팀장과 같은 사람들이 종종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될까 두려워, 혹은 그런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이 싫어 차라리 침묵을 선택한다.
하지만 '솔직함'이 무조건 상대방을 할퀴는 발톱이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해야 한다. 이 둘은 목표와 구성 요소에서부터 완전히 다르다.
솔직함과 무례함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피드백안에 상대방의 판단과 감정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판단과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한번 전달된 판단과 감정은 내 의도가 어떻든 간에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대로 정의될 수밖에 없다. 판단과 감정이 담기는 순간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사람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업무처리에서 잦은 실수가 발견되는 민감한 상황에서 만약 당신의 리더가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해 보자.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려요? 이것도 틀리고 저것도 틀리고, 일에 전혀 집중을 안 하는 것 같아 보이네. 왜 일을 이렇게 할까? 뭐 하는 거지? 이럴 거면 회사를 왜 다니는 거야?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위의 내용자체를 피드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온통 자신의 판단과 감정만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서 살펴보자.
1. 업무처리에서의 실수에 대한 꾸짖음이나 행동개선을 요구하는 대화라면 원인을 이야기하며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말들이 전달되어야 하는데 우선 의도자체가 망신주기,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부분에 많은 무게가 실려있다. 이는 상대방을 돕겠다는 의도보다,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고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2. "정신을 못 차려요?", "일에 전혀 집중을 안 하는 것 같네."와 같은 말은 구체적인 '실수'라는 행동이 아닌, '사람'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이는 상대방에게 "너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야"라는 낙인을 찍는 효과를 준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자신의 실수를 개선할 방법을 찾기보다, 자신을 방어하거나 공격받았다는 생각에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3. 가장 중요한 왜 실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고 있다. " 왜 일을 이렇게 할까?"라는 말 안에는 집중을 안 한다고 스스로 원인을 단정 짓고 결론을 내린 채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거나 대화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고 있다.
4. "이럴 거면 회사를 왜 다니는 거야?"라는 말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순수한 감정의 배설이다. 그저 자신의 실망감과 분노를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행동에 불과할 뿐이다. 말투가 거칠기 때문에 쉽게 감정이나 판단이 담겨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조직 안에는 조용하게 자신의 판단과 감정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뭔가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 점이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냥 하던 식으로 계속 그렇게 하면 뭐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그게 본인한테 도움이 될까요?"
"성장이 여기서 멈출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말투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상대방을 은근히 인신공격하는 말속에 담긴 판단과 감정의 세기는 더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은 상대방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깊은 상처와 모멸감을 느끼고, 앞으로 팀장과 소통을 완전히 기피하게 될 확률이 크다. 결론적으로, 이 '무례함의 예시'는 문제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완전히 잊은 채, 자신의 감정 해소와 상대방에 대한 통제에만 초점이 맞춰진 잘못된 소통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단기적으로 상대방을 위축시킬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조직 내 신뢰를 파괴하고 구성원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된다.
우리가 대화에서 실수를 하고 감정이 앞서게 되는 이유를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는 조직들이 많이 있다.
- 좋은 것을 먼저 말한 후 부정적인 것을 말하는 방법
- 사실만을 관찰하고 그 점만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방법
- 최대한 긍정적인 의도가 부각될 수 있도록 상대방에게 내 의도를 말하는 방법
위와 같은 대화 스킬들을 소개하며 조직에서는 리더들에게 이 부분들을 반복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응급처치정도의 일시적인 효과를 보여줄 확률이 크다.
솔직함과 무례함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의도'의 전달 자체를 대화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진심 어린 나의 마음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짜인 각본처럼 맞춰진 대화를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만 잘 추려서 상대방이 기분 안 상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 사람이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안내하기 위해 전심을 다해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실수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실수'에서 멈춰진 감정과 판단이 아니라 '반복되지 않기 위함'에 맞춰진 사고와 행동개선의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성은 어떻게 전달되는가?
지금까지 다양한 성향의 팀원들을 만나며 지내온시간을 돌이켜보면 가장 강력한 방법은 나의 실수와 부족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나 역시 완벽하지 않으며, 비슷한 시절을 겪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도 실수를 하며 많이 혼도 나고, 실수를 반복해서 나 스스로에게도 많이 실망할 때도 있었던 시절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평가하는 사람'과 '평가받는 사람'의 수직적인 관계가 '먼저 경험한 사람'과 '지금 경험하는 사람'의 수평적인 관계로 전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전환된 분위기 속에서 꾸짖음과 판단이 있던 자리에는 공감과 유대가 들어선다. 상대방은 방어벽을 내리고, 진심으로 조언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행동 개선은 소리치고 꾸짖는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촌철살인 같은 뼈 때리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명쾌한 피드백을 들어본 적 있는가?
스스로가 맞아 맞아... 하면서 행동을 개선하고 싶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상대방이 해준 진심 어린 말이 당신을 움직였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말'이 아닌 '진심으로 당신을 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기에 당신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현장에는 자신의 판단만을 믿고 솔직함을 '상대방을 찌르는 칼'로 사용하며 "뒤끝이 없다"는 둥 잘못된 발언을 하며 무례한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솔직함을 무기로 사용하는 무례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솔직함은 겉보기에는 논리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조직의 성공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거나 경쟁자를 깎아내리려는 이기적인 의도가 숨어있다.
무례함을 앞세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의도를 숨기며 이야기한다.
"내가 진짜 널 위하니까 이런 이야기하는 거다."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 못 들어 나니까 해주는 거지."
하지만 말속의 의도를 잘 들어보면
"제발 좀 시키는 대로만 해라."
"지금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할 거니까 잘 들어."
"결국 너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밖에 없으니까 제대로 해. 제발"
하지만 솔직함을 담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의도가 명확하기에 말은 간단하고 행동은 분명하다.
"네가 잘되어야 나도 잘 되는 거야!"
" 괜찮아. 같이 해결해 보자!"
솔직함은 상대를 찌르는 칼이 아니라, 함께 길을 찾는 지도이며,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한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