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캠프 8일 차
45년 인생 전체 중 가장 감동한 순간은 딱히 떠오르지 않지만, 올해 가장 감동한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전은 와이프에게 받은 감동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받은 감동이라는 점?
올해로 16주년을 맞은 결혼기념일에 와이프에게 제주도 당일치기 여행을 제안했었다. 새벽 비행기로 제주도에 입도했다 저녁 비행기로 돌아오는 일정. 들뜬 마음으로 출발하였지만, 제주도에서는 일이 좀 꼬였었다. 오전엔 렌터카 인수에 애를 먹었고, 올레길을 걷기에는 너무 더웠다. 오후에는 또 비가 너무 와서 사려니숲 트래킹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결국 약간의 아쉬움과 실망감을 갖고 밤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다. 손수 만든 초콜릿 쿠키 케이크를 꺼내어 촛불에 불을 붙이고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해 주었다. 아침부터 형이 동생 식사를 알뜰히 챙겨주었고, 오후에는 둘이서 오락하며 우애좋게 지낸 듯 하고, 우리가 오기 전에는 설거지에 집안 청소까지 싹 다 해놓았었다. What a surprise!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젊었을 때 우리가 육아로 힘들던 시절, 많이 되뇌던 말이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이 좋든지, 싫든지 상관없이, 결국은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그 단순한 진실에 감동하였던 날이었다. 속도 많이 썩히고, 힘들게 하였던 그 꼬마 녀석들이 이제는 다 커서,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을 이렇게 챙겨주는 날을 보게 되니 마음이 먹먹해 졌다. 막내가 자기 인생 살면서 가장 최악의 게살수프탕을 아침으로 먹어야 했다고 하는 말에 얼마나 웃었나 모르겠다. 이 행복의 순간들도 또한 지나가겠지만, 최대한 잘 간직하고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