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에서 2월 문호가 발표되었다. 지난달과 같은 날짜로 '동결'이었다. 작년 5월에 I-140이 승인되고, DS-260도 연이어 승인되었을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i-140 승인 이후 10개월 정도 후에는 인터뷰 통보가 온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올해 인터뷰 요청이 올 가능성은 0%에 가까워 보인다.
미국 영주권 취득에서 문호 (Visa Bulletin)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 문호는 영주권 발급의 우선순위와 대기 시간을 결정해 준다. 미국은 매년 발급할 수 있는 영주권 수를 비자 종류와 국가별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신청자가 많으면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문호는 이러한 상황에서 영주권 신청자가 자신의 영주권 신청 일자 (우선 일자, Priority Date) 기준으로 다음 심사 단계를 진행할 수 있는 기준 날짜를 제시해 준다. 즉, 자신의 우선 일자가 문호에 나와 있는 날짜와 같거나 앞선 경우,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문호는 국가별 할당량과 비자 종류에 따라 대기 시간이 다르다. 중국이나 인도는 신청자가 많아 10년 넘게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신청한 EB-2는 22년까지는 대기기간이 없는 이민 비자였다. I-140 승인이 나면 바로 DS-260 심사를 하고, 인터뷰를 보고, 비자가 나오는 식이었다. 실제로 회사 선배 한분은 이 때문에 정말 급하게 미국으로 떠나 버렸으니까.
문제는 코로나였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영사관 업무와 인터뷰가 지연되면서 신청된 비자들이 많이 pending 된 것 같다. 그리고 23년 이후 영사관 업무가 정상화되면서 밀린 신청서들이 한꺼번에 처리되기 시작해 대기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내가 EB-2를 신청했던 23년 11월만 하더라도 Action Date가 22년 7월이었으니, 갭이 13개월 정도였다. 나는 이 갭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이 잘 안 됬었다. 문호가 어떤 속도로 전진할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i-140 심사기간과, 그 후 1년 정도의 시간을 합쳐, 1.5년 정도면 도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그 시점이 올해 5월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갭이 아직도 7개월이 남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 갭이 앞으로는 더욱더 더디게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란 점.
큰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때문에 올해가 이민을 위한 마지노선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너무 여유가 없었다. 내년에 설렁 인터뷰가 통과되고, 이민 비자를 수령한다 하여도, 이미 고등학교 2학년 학기가 절반은 지나갔을 테고, 그때 이동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한국에서 고등학교 3년을 모두 보내야 할 듯한데, 우리가 애초에 이민을 생각했던 동기의 큰 축이 사라진 셈이다.
아이의 교육 계획도 틀어졌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와이프와 나의 정착 가능성이다. 3년 뒤라고 하면 너무도 명백히 40대 후반의 나이가 될 텐데, 아무리 취업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미국이라 하여도, 취업하기에 쉬운 나이는 아닐 것 같다. FIRE 족을 하기엔 이르고, 미국에서 자영업을 할 생각도 없으니, 좀 꼬인 셈이다.
후회가 많이 된다. EB-2 진행을 위한 변호사 계약을 5월에 하였는데, 그때 그 서류 준비만 조금 빨리 하였다면, 아니다. 와이프가 EB-2 진행을 제안했을 때 조금 더 빨리 검토할 것을, 아니다. 선배가 미국으로 이민 갔을 때 나도 같이 알아볼 것을. 이런 생각들은 끝이 없다.
Power J형답게, 대책을 고민 중이다. 지금 회사에서도 1년만 더 다니자와, 3년을 더 다녀야 한다는 마음가짐도 달라야 하고, 지향해야 하는 업무나 조직도 달라야 할 것 같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올해 VISA가 나왔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이직을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 같다. 언어의 장벽이 아직도 높다. 사실 작년에 언어에 대한 준비는 거의 없었고, 그러니 장벽이 낮아질 수도 없었다. 이민을 준비하는 선배들이 하는 말씀은 대부분 똑같다. 문호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끝이 없다고. 잊고 살되, 언젠가는 갈 날을 위하여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내년이 될지 후년이 될지 모를 일이고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일이니 과한 마음 씀은 쓸모없는 일이다. 차라리 VISA 취득 후에 최대한 빨리, 그리고 좋은 position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준비하는 것이 더 J다운 처신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