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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가을 속으로

2022.10.

by 해리안

매년 10월이 되면 단풍 구경을 하러 캠핑장을 찾는다. 캠핑장이 설악산 주전골에서 내려오는 계곡에 접해있기 때문에 설악산 단풍 제일 명소로 꼽히는 오색약수터와 매우 가까운 편이다. 캠핑장에서 보는 단풍도 좋지만, 이맘때쯤 주전골에 올라가면 설악산 특유의 깎아내린듯한 암반과 깨끗한 계곡물, 그리고 단풍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토요일 새벽에 출발을 하여 10시쯤 오색약수터 주차장에 도착했다. 단풍철이 한창일 때라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오색약수터는 주전골 코스라고 하여, 오색약수 -성국사 - 선녀탕 - 용소폭포까지가 허용된 코스이고 편도로 3.1km 정도 높이는 500m 정도이다. 설악산 코스 중에서는 가장 쉬운 코스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이때까지 한 번도 용소폭포까지 가 보지를 못했다. 20년도에 성국사, 21년도에 선녀탕까지 갔으니, 올해는 용소폭포를 보고 오기로 결의를 다지고 출발하였다.


이번 캠핑은 미국에서 휴가를 오신 와이프의 이모님과, 장모님, 장인어른까지 총 7명의 대규모 산행단이었다. 이모님과 사이가 좋은 큰아이가 이날은 기운이 샘솟았는지 앞장서 걸어갔다. 매년 같은 곳을 찾아오다 보니 아이들 커가는 것이 확 마음에 와닿는다. 3년 전만 하여도, 칭얼거리면 걸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산을 뛰어다닌다. 3년 전만 하여도 잘 걸었던 우리는, 이제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구나. 그리고 부모님은 더욱더 예전만큼 못 걸으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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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설악산 단풍이 절정이라 온 곳이 울긋불긋하였다. 덕분에 사람들도 정말 많긴 했다. 걷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고, 풍경이 예쁜 곳에서는 사진도 남기고, 바쁠 것 없으니 편하게 다니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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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용소폭포에 도착하였다. 생각보다 많이 작아서 깜짝 놀랐고, 생각보다 금세 와서 또 깜짝 놀랐다. 이 거리가 왜 그리도 멀게 느꼈졌을까. 어쨌건 3번의 도전 끝에 와보기는 했다. 설악산 최저 난이도 코스 등반 완료!


등산을 마치고는 캠핑장 돌아와서 쉬었다. 저녁으로 양양 시장에서 장본 자반고등어와 양미리를 구워서 먹었는데 무척 맛났다. 매번 삼겹살만 구워 먹어 질린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 반응도 좋았다. 캠핑장에 서식하는 들고양이들도 두 마리가 놀러 와서 저녁을 챙겨 주었다. 늘 그렇듯 별 다를 일 없는, 잔잔한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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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렸다. 어제 좀 무리를 했는지, 감기가운이 있어서 일찍 철수하기로 하였다. 그냥 돌아오기는 아쉬워서 한계령과 인제 쪽 국도길로 돌아왔는데, 소양호를 바라보며 달렸던 가을길 드라이브가 너무 근사하였다. 언젠간 이곳에서 캠핑을 해보고 싶단 생각에 장소를 기록해 두고 돌아왔다. 물론 카라반을 옮기기는 싫으니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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